백승빈 감독이 연출한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동경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대구에 사는 17세 소년 동준(홍사빈)은 얼마 전 서울에서 이사를 온 한 살 형인 강현과 단짝입니다. 공부도 잘하는 강현은 동준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이거 때문에 강현의 집에 매일 같이 함께 지내고 강현의 방에 있는 모든 것(음악, 영화)에 대한 정보를 마구잡이로 흡수합니다.

항상 함께 하는 등굣길에서 둘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야말로 소울메이트인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강현의 어머니가 끔직한 선택을 하게 되고 강현은 동준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행동을 하고 경찰차에 실려 떠납니다. 그리고 동준 수십 년 동안 강현을 만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40대가 되어 교사된 동준(심희섭)의 마음 한 구석엔 강현이 떠나지 못하고 있죠.

남들 모르게 자신의 취향을 숨겨온 동준은 한 게이바 앞에서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와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제자인 것이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상황을 넘어가보려고 하지만 이미 제자는 그 상황을 알고 자신도 거짓말로 스스로의 정체를 숨깁니다. 아무튼 40대가 된 동준은 이 사회가 정해진 시스템에 맞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던 와중 우연히 강현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독립영화로서 꽤나 긴 러닝타임(144분)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소년과 중년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감수성이 풍부한 시절에 누군가를 만나고 유대관계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줍니다. 아마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의 제자인 임현빈(여현수)의 역할을 이 작품에서 제자가 똑같이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자의 등장이 트리거가 되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동선을 바꾸는 주인공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화란>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사빈 배우와 독립영화계에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심희섭 배우가 한 캐릭터를 각각의 나이에 맞게 보여주는데요. 두 배우가 닮은 것 같진 않은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정서는 비슷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대부분의 경우 이런 형이 한 명쯤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러했는데 이런 인연은 의외로 외부환경 때문인지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과연 그 형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를 기억하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