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이 연출한 <어파이어>는 뜨거운 햇살을 가진 해변에서의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친구 사이인 레온과 펠릭스는 각각 목적 그러니까 레온은 소설가로 신작의 집필을 위해 펠릭스는 포트폴리오 제작을 위해 부모님의 소유인 별장을 향해 갑니다. 하지만 차가 도로에서 멈추고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데 별장 반대편은 산불로 정신이 없습니다. 아무튼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별장에 나드야라는 여성이 있었고 각각 방을 쓰기로 했던 두 친구 한 방에서 같이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게다가 나드야는 어떤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느라 레온의 수면을 괴롭히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레온은 나드야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한 상황이고요.

암튼 다음 날 저녁 이 세 명과 나드야와 뜨거운 밤을 보낸 데이비드는 저녁식사를 하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해변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심술을 부리며 레온은 데이비드를 공격합니다. 이에 화가 난 나드야와 두 친구는 자리를 떠버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레온의 소설을 수정하기 위해 편집장 헬무트가 방문을 하게 되고 어떤 일을 벌어진 뒤, 그리고 산불이 별장으로 가까워지면서 레온과 나드야의 미묘한 관계는 더욱 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나 냉전시대 등을 다루었던 10년 전 소재와는 달리 최근작엔 이민 문제 등 현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펫졸드 감독은 거시적인 주제보다는 미시적이고 좀 더 인간의 감정에 대해 파고드는 이야기를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 레온은 피해망상까진 아니지만 누구나 불편해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어찌 보면 쪼잔해보이기까지 하죠. 그리고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온이 나드야와 연결되었으면 하는 관객의 마음도 생기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레온의 심리는 멀리서 다가오는 산불처럼 자신의 상황이 위태로움에도 불구하고 나드야에 대한 사랑의 감정, (이번에도 폴라 비어는 붉은색 의상을 입고 심지어 멀리서 보이는 산불도 붉은색이죠.) 폭발적이지 않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으로 보여줍니다. <피닉스>에서 두 주인공의 안타까운 상황과 또 다른 느낌의 정서를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영화는 후반부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썩 훌륭하지 않은 자신의 작품을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만들어 현실의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에 녹여내고 있는데 그 점이 좋더라고요. 마치 이안의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어떤 이야기가 훌륭한 이야기이냐고 관객에게 묻는 것 같은 훌륭한 엔딩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