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미 감독이 연출한 <그녀의 취미생활>은 결핍이 있는 두 여성이 연대하면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골 출신인 정인(정이서)은 남편과 이혼 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일을 하면서 치매가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얼마가지 않아 돌아가시고 결국 혼자 지내게 되고요. 한편 외제차를 끌고 시골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채 원장 집에 새로 이사를 온 혜정(김혜나)은 다른 주민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지만 자기 집을 통해 뒷산을 오르내리는 정인과는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정인과 혜정은 점점 가까워짐과 동시에 동네 주민들은 뒷담화를 늘어놓고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배달원과 정인의 일터의 주인인 중년 남자는 홀로 있는 정인을 희롱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본 혜정은 적극적으로 이를 저지함과 동시에 정인에게도 그 동안의 삶과는 다른 태도로 살기를 조언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수리 문제로 설비기사가 와 장판을 뒤집어 까는데 거기가 수억 원의 현금이 나오게 됩니다. 알고 보니 그 돈은 할머니가 몰래 숨겨온 전재산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동네 전체에 퍼지게 되고 정인 퉁명스럽게 대했던 주민들은 그 돈을 빌리려고 정인에게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정인은 그 돈을 빌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주민들은 결국 이 마을에 돌아와선 안 되는 누군가를 불러들이고 정인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끔찍한 결혼생활 이후 고향행을 선택한 한 여성이 원래 알고 지내던 인물보단 이방인에 의해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힘을 받게 되는 이 이야기는 집단이 개인에게 어떤 공포를 주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정인의 캐릭터는 스테레오 타입이긴 하지만 혜정과 함께 하면서 캐릭터의 전복을 보여줍니다. 어떤 대단한 사연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 혜정의 경우,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진 않으나 정인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시골을 배경으로 한 집단 이기주의를 보여주는 작품은 꽤나 있었습니다. 정통 호러도 있고 코미디로 승화 시킨 작품들도 많죠. 두 여성의 연대에 의한 복수라는 코드는 <디아볼릭>이나 <장미의 나날>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녀의 취미생활>은 통쾌한 복수도 있지만 두 여성의 연대와 동시에 색다른 비주얼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상에 남을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