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치 토모히사 감독이 연출한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는 우연히 발견한 터널에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고등학생 카오루는 비오는 날 홀로 우산도 없이 전철을 기다리는 여학생 안즈에게 말을 걸고 우산까지 빌려줍니다. 다음 날, 학교에 전학생이 오게 되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안즈. 신고식을 거하게 치른 안즈에게 아무도 접근하지 못 할 정도의 포스가 드러나자 그녀를 건드리지 않게 되죠. 카오루는 그런 그녀에게 오히려 좀 더 흥미가 생깁니다.

어릴 때 아픈 기억이 있는 카오루와 그의 아버지. 아버지는 먼저 떠난 카오루의 동생에 대한 책임을 카오루에게 매번 묻고 술과 폭행을 저지르곤 합니다. 이에 대한 탈출구로 카오루는 버려진 터널을 찾게 되고 잠시 있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며칠동안 어디에 있었냐는 질문을 카오루에게 하게 됩니다.

다음 날, 정체를 알 수 없던 터널에 다시 도착한 카오루. 근데 그의 뒤엔 안즈가 서있습니다.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카오루를 미행(?)했던 것이죠. 카오루와 안즈는 터널의 미스터리를 알아냅니다. 터널 안의 10초가 바깥세상에선 6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터널을 소원을 이루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유난히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물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많은 것 같은데요. 이 작품도 비슷한 상처가 있는 이방인을 주인공과 연결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10대 멜로는 덤이고요. 상실에 대한 깊은 상처를 윗세대, 그러니까 아버지 세대는 잘못된 방향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는 반면 현재 세대는 그 상처를 삼키고 살아가다 터널의 발견을 계기로 비교적 건강한 방향으로 이를 극복합니다. 그리고 그의 옆엔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방인도 있고요.

터널 안 장면들도 흥미롭게 디자인 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론 연착되는 전철의 풍경과 플랫폼의 전경 그리고 두 사람의 풋풋한 감정과 정서가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 보는 관계에서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상황의 전개인데 이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연출해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스즈메의 문단속> 이 2편의 메가히트로 인해서 그런지 재팬 애니메이션이 좀 더 주목받고 수입되고 있는 것 같은데 비교적 작품들이 나쁘지 않네요. 시리즈물의 극장판도 좋지만 독립된 한 편의 장편도 꾸준히 만날 수 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