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포럼 입니다.

데스틴 크리튼이 연출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새로운 마블의 솔로 무비이자 아시아인들이 주요 캐릭터들을 맡은 작품입니다.

주인공 샹치(시무 리우)는 절친 케이티(아콰피나)와 함께 호텔에서 발렛 주차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그의 펜던트를 노리는 무리와 버스에서 대결을 펼치고 케이티에게 그 동안 숨겨두었던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면서 동생 샤링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며 마카오로 떠나게 됩니다. 케이티도 막무가내로 그를 따라나서고요. 마카오에서 어김없이 나타난 그 무리들은 알고 보니 아버지 웬우(양조위)가 보낸 일당들이었고 결국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사실 샹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부터 킬러로서의 훈련을 받아오다가 성인된 후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웬우도 '탈로'라는 공간에서 만난 샹치의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지 '텐 링즈'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해 온 인물이었는데 그녀를 만난 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가 그녀의 죽음 이후로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다시 아들과 딸을 불러들여 탈로로 돌아가서 아내가 갇혀있다는 '탈로'안 어둠의 벽에서 그녀를 꺼내주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그리스 비극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아내를 잃어버리고 정신이 나간 남자의 모습,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자식을 어둠의 길로 인도합니다. 끊겼던 인연이 다시 봉합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마블의 원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색채도 어느 정도 가미가 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지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적인 미술과 관계의 회복 등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려가 좀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단 훨씬 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양조위이야 뭐 당연히 자신의 역할을 다할 거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샹치 역의 신예 배우, 시무 리우에 대한 우려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었을 겁니다. 다행히도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돈 해냈고 조금의 빈틈은 케이티 역의 아콰피나가 채워주었습니다.

초중반부까진 액션의 빈도가 산발적이지만 후반부의 몰아치는 액션시퀀스는 꽤 볼만합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의 액션 또한 <노바디>의 정지된 버스에서의 액션과는 상반되는 액티브한 액션 설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오리지널 <스파이더맨2>의 전철 액션 시퀀스가 떠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동양권에서 전해질 법한 전설을 잘 이용해 판타지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 마블 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애틋한 드라마도 가미가 된 작품이고요. 디즈니와 함께 하는 마블 유니버스의 새로운 솔로 무비들이 이전의 작품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연출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