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를 마블보다 훨씬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블의 독주가 항상 안타까웠는데요.

하도 이번에도 망작으로 나왔다고들 해서, 잭 스나이더 멱살잡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천호 IMAX 3D 감상을 하러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린랜턴 꼴 나면 디씨 숨통이 아예 끊어질텐데...

안그래도 요새 마블도 타성에 젖어서 슬슬 식상한 전개를 하는 중이라 새로운 대립각이 생겨서 신선한 도전 많이 나오면 좋겠다 싶은데 말이죠.

결론적으로는, 예상보단 좋았습니다.

1. 스토리 개연성 : 아주 황당하고 기가 차서 못 볼 수준은 아니다. 오락영화 같지 않은 분위기때문에 엉성함이 눈에 더 띄어 손해보는 영화.

스토리 개연성은 엉성한 부분이 눈에 보이지만, 그냥 오락영화로서 용인할 정도라고 봤는데...관객들이 다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내용이 진지하고 심오한 분위기로 가다보니 '기대하는 개연성 수준'이 무의식 중에 높아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진지한 영화치고 플롯 엉성한 영화가 많지 않다보니..) 

그런 진지함으로도 내용 잘 뽑아낸 다크나이트라는 히어로물 수작과 비교되니 더 안좋아 보이기도 하고요.

같은 정도의 개연성 부족이라해도 밝은 분위기로 갔으면 덜 눈에 띄였을 것 같습니다. (토르........)

마무리는 대놓고 아쉽긴 했네요. 내용 구성을 위해서는 런닝타임이 한시간은 더 길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치만 흥행이..

2. 캐릭터 : 배트맨의 재발견..아니 재발굴?

드디어 이전의 배트맨이 돌아왔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다크나이트 시리즈에 정을 못붙였는데, 제가 인식하고 있는 배트맨이랑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너무' 멋있어요.

핵심 설정 (기업 총수인데 그러고 다니는 등..) 에 비해 너무 정상인으로 비춰졌다는 게 제 의견이었던지라, 이번에 제대로 비춰진 배트맨의 집착증, 정신병자, 멘탈 불안정 등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ㅄ같은 매력..)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배트맨 영화 단독 차원에서는 더할 나위없는 주인공 캐릭터지만, 저스티스리그로 캐릭터 여럿 뭉쳐야되는 상황에선 밸런스 파괴죠. 슈퍼맨이 힘으로 밸런스 파괴하듯 배트맨은 멋짐으로 파괴. 인격 균형이 미리 잘 잡혀버린 경우라고 봅니다. 어벤져스의 히어로도 하나하나 찌질함이 있으니, 이번 배트맨은 그런 면에서 원작도 잘 살리고 (재해석하고?) 향후를 위해서도 포석을 잘 깔았다고 생각해요.

여담으로, 배트맨의 찌질함? 비정상적인면은 한국 팬들이 잘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원래부터도 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패러디가 많이 되는데요. 다크나이트 유명한 패러디 영상이 대표적...한국 정서 상 정신병자스러움이라는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인가봐요. 영화 내내 정신이 불안정한 징후를 계속 보여주는데도 다크나이트의 인상이 남아서 그런지 받아들이지를 못하더군요. ㅎㅎ

슈퍼맨은...

제가 팬심이 커서 그냥 좋았습니다. 시각적으로 너무 멋있네요. 삐돌이스러움이 잘 다뤄져서 좋았네요.

헨리카빌도 계속 보다보니 슈퍼맨 같아요.

원더우먼은..

임팩트가 컸는데, 잘 안보여주더군요. 앞으로의 영화 때문에 아끼는 듯.

처음으로 싸울 줄 아는 여성 히어로가 스크린에 나온 게 아주 신선했습니다.

3. 시각, 청각 효과 : 아이맥스로 보세요.

안그러면 재미가 1/3이하로 줄 것 같습니다. 아마 일반관에서 봤으면 재미 없다고 욕하고 있을 듯. 여담이지만 천호 IMAX는 되게 좋은 상영관이더군요. 왕아맥이 초라함..

박력, 규모 면에서 마블은 약간 소꿉놀이 같은 인상으로 보이게 장엄하고 웅장하게 때려부숩니다.

엄청 크고, 엄청 빨라요. 그만큼 잘 안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건 이 영화를 떠나서 액션 영화 장르 전반에서 좋은 숙제로 남은 거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요새 CG가 만능인지 알았는데...ㅎㅎ)

결론적으로, 재밌게 보려면,

- 분위기상 자꾸 무의식적으로 생각나는 다크나이트(등 진지한 영화)랑 비교하지말자. 진지한 척하는 토르정도의 영화라 생각하면 꿀잼.

- 배트맨이 왜 오락가락하지? 스토리 망이네 ㅋㅋㅋ => ㄴㄴ..원래 미친 놈입니다.

- 무조건 아이맥스...안그러면 0이 아니라 마이너스로 치달을 듯합니다. 워낙 화면이 어두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친절한 부분들 때문에 다수 관객에게 흥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디씨의 숨통을 아예 끊어버리는 수준은 아니고 호불호(비율이 치우칠지언정) 갈리는 수준으로 연명까진 가능할 것 같네요.

이후에는 제발 좀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