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2002년 작 <오아시스>는 뇌성마비장애인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를 뺑소니로 사망케 한 남성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2년 6개월을 복역한 종두(설경구)는 한 겨울에 반소매 옷을 입고 출소합니다. 아무도 출소 배웅을 나오지 않은 종두의 가족이지만 종두는 어머니의 선물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 집엔 낯선 사람만 있고 가족은 없어진 상황입니다. 당황한 종두는 주변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그제야 이를 해결하러 친동생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한 종두는 아무도 반겨주지 않은 불청객이죠. 벌써 전과 3범인 그를 형수는 대놓고 싫은 티를 냅니다. 하지만 형의 도움으로 중국집 배달부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종두는 자신이 사고 내 돌아가신 분의 집을 방문합니다. 사과의 목적으로 찾아갔지만 그 집 아들 부부는 종두를 내쫓으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몸이 불편한 젊은 여성 공주(문소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두는 남성의 욕구인지 진짜 첫 눈에 반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공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같이 살던 오빠는 장애인에게 분양된 아파트를 자기 부부들만 이사를 가고 공주는 그 집에 홀로 두고 가버립니다. 옆집 여자가 가끔 공주를 봐주기 위해서 공주의 오빠가 화분에 열쇠를 놓고 다니는 것을 본 종두는 공주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그날 밤 저녁에 몰래 찾아갑니다. 종두는 욕구의 해소를 목적으로 공주를 성폭행합니다. 공주의 거센 저항에 종두는 줄행랑을 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공주는 종두가 두고 간 명함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종두를 다시 찾게 됩니다. 종두는 공주 앞에서 무릎을 꿇어 용서를 빌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공주는 모두가 버린 그리고 그녀를 인간 이하로 취하는 옆집 부부나 친오빠보다도 종두를 더 신뢰하게 됩니다. 종두 또한 엄청난 짓을 행했지만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이 일어나고 둘은 평범한 연인처럼 싸우고 사랑을 하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날 친오빠 부부가 벌컥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닥칩니다.

2002년 당시 큰 논란이 되었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초록물고기><박하사탕>으로 엄청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도 전작의 두 주인공을 그대로 캐스팅하기도 했고요. 저도 그 당시엔 불편한 부분이 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20년이 지나고 보니 다른 좋은 부분들이 좀 더 눈에 보이더라고요. 일단 공주의 오빠부부와 종두의 형 캐릭터가 얼마나 현실적이면서 악인인지 그리고 엄청난 위선자들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이런 인간들을 겪어보니 영화 속의 인물들이라도 심정적으로 용서하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또한 중증장애인을 대하는 다른 인물들에 대한 분노도 예전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설경기, 문소리의 연기가 이 정도로 대단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엄청난 배우였습니다. 30대 초반의 설경구와 20대 후반의 문소리의 연기는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고 있더라고요. 두 캐릭터 모두 평범치 않은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당시 문소리 연기는 해외에서도 상을 받을 정도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번 다시 보면서 설경구의 연기도 엄청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걸랑요 라는 어미처리와 함께 혀를 시종일관 날름거리면서 만든 종두 캐릭터는 여태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캐릭터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엔딩을 새드 엔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전혀 다른 엔딩이더라고요. 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밀양>의 엔딩과 함께 처연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단편을 한 편 연출했다고 들었는데 이창동 감독의 장편 차기작을 빨리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