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캠벨 감독이 연출한 <메모리>는 기억을 잃어가는 완벽한 킬러가 의뢰를 어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 번의 실수도 없었던 킬러 알렉스(리암 니슨)는 새로운 의뢰를 받게 되지만 그 대상이 어린 소녀인 것을 확인하고 의뢰를 시행하지 못합니다. 이를 알게 된 의뢰인과 이와 관련된 사람들이 역으로 알렉스를 공격하게 됩니다. 알렉스는 이 역공을 막아내고 오히려 소녀와 관련된 사건의 인간들을 처단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점 그의 기억력은 쇠퇴해지는 상황입니다.

한편 어린 소녀를 보호하고 있던 FBI요원 빈센트(가이 피어스)는 소녀를 생각했던 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큰 상처를 받게 됨과 동시에 이면에 큰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큰 힘은 지역 부동산 부자인 다바나 실먼(모니카 벨루치)였고 그의 아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과 소녀가 관계있다는 것을 빈센트는 알게 됩니다. 마치 자경단처럼 사건 관련자를 처단하는 알렉스의 정체를 알게 된 빈센트는 그와 함께 힘을 합쳐 확실한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알렉스의 나빠지니 기억력 때문에 수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킬러의 이야기입니다. 노년의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최근에 가장 많이 쓰이는 병이 아마 알츠하이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직업(?)이 킬러라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기억력이 하는 기능은 사건이 긴장감을 크게 만들어주고 있진 않습니다. 다른 중요한 소재인 인신매매가 좀 더 부각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지역적인 특색을 강조하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멕시코이고 본격적인 수사와 알렉스의 역공은 텍사스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텍사스에서 살면서 스페니쉬를 못한다고 구박을 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텍사스가 공화당의 텃밭이고 아주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알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어느 정도 이를 표현하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근 몇 년 동안 리암 니슨의 영화들은 거의 비슷한 얼개를 가진 이야기들로 보여줬습니다. 이번 작품도 액션이 어느 정도 가미된 작품이긴 하지만 리암 니슨이 오랜만에 액션이 아닌 드라마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쉰들러 리스트>를 포함한 80,90년대 드라마 연기를 많이 선 보였던 배우였는데 <테이큰> 이후 액션만 봐서 그런지 이번 드라마 연기가 살짝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70대 중반에 들어선 리암 니슨의 액션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정말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