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연출한 <복수는 나의 것>은 사키 류조의 동명 논픽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드보일드 작품입니다.

1963년 올림픽을 1년 앞둔 일본의 어느 마을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됩니다. 담배 배달차를 운전하는 이와오는 같이 탑승했던 동료 2명을 죽이고 돈을 챙겨 사라집니다. 그는 배를 타고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아내에게 가짜 유서를 남기고 떠납니다. 하마마츠 라는 곳에 도착한 이와오는 대학교수로 위장을 하고 한 여관에 묵게 됩니다. 여관의 사장인 아사노는 얼마 전까지 살인으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출소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와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사회적 지위라는 허울을 이용해 접근합니다.

하지만 그의 살인사건은 언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이 사실을 아사노도 알게 됩니다. 다시 떠돌이가 된 이와오는 이번엔 가짜 변호사 행세를 하며 보석금을 훔쳐 달아나고 우연히 만난 노 변호사를 죽이고 그의 집에서 잠깐 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하마마츠로 돌아온 이와오를 아사노가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와오의 악귀는 다시 아사노와 그의 어머니에게까지 손을 뻗치게 됩니다.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가 79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이전 10년 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다가 복귀한 작품이라 당시에 더욱 더 주목 받았습니다. 당시 이마무라 감독은 배우들에게 지쳤다며 영화계를 떠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복귀한 이 작품은 수많은 후배 감독들이 최애 하는 작품이 되었고 수많은 작품들의 레퍼런스가 되기도 합니다. 하드보일드, 디텍티브물, 심리스릴러. 어떻게 이 영화를 바라보더라도 해석할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올림픽을 1년 앞둔 일본.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20년 만에 재건에 성공한 일본이지만 주인공 이와오는 자신의 아버지를 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천주교인으로서 30년대 말에 강제로 배를 정부에게 뺏기는 모습을 시작으로 부자 관계는 삐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오가 이런 가정 배경으로 인해 살인귀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본 투 더 킬입니다. 의외에 치밀함이 보이기도 하지만 다섯 명을 죽이는 동안 즉흥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동물적이고 짐승의 공격성이 보이는 듯한 인물입니다. 그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첫 살인인데요. 한 명을 죽이고 피가 뭍은 손을 자신의 오줌으로 닦아내고 감나무의 감을 따먹는 장면을 보면 굉장히 동물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악마의 모습을 보이는 이와오가 가장 믿는 사람은 어머니 밖에 없습니다. 그가 첫 출소를 했을 때도 그의 어머니만이 그를 반깁니다. 그의 아내와 아버지는 그가 출소한지도 모를 정도죠. 여기서 아내와 아버지의 관계가 묘합니다. 이와오가 감옥에 가고 이혼을 하려는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와 달라고 합니다. 그날 밤,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묘한 관계가 된 둘은 이와오가 결국 사형에 처한 후 뼈를 산 정상에서 던지게 됩니다. 수많은 명장면이 있는 영화이지만 역시나 백미는 바로 이 장면입니다. 아버지와 아내가 이와오의 뼈를 던지는데 그 뼈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프리즈 프레임이 됩니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고 앵글이 수시로 바뀌다가 마지막엔 정면 투샷에서 카메라를 향해 뼈를 던지면서 영화가 끝이 납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감독은 인터뷰에서 결국 이와오가 세상을 떠났지만 멈춘 그 뼈가 이 두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아버지와 아내는 아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와오까지 사형 집행을 앞둔 상황에서 스스로 천주교인을 포기합니다. 아버지는 며느리와 함께 살 생각보단 다른 남자와의 미래를 바라지만 잠깐 동안이나마 생각해선 안 될 마음을 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자극적인 소재들은 원작과 실제 사건과는 다르게 이마무라 쇼헤이의 각색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불편한 소재일 수 있지만 당시의 사회상과 역대급 살인마 캐릭터인 에노키즈 이와오라는 인물이 탄생하는 데에 적절하고 영화적 재미도 함께 선사하는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140분이라는 꽤나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몇 번을 봐도 좋을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오랫동안 곁에 두고 곱씹어 볼만한 엄청난 걸작이 바로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p.s 제목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뿐 아니라 동명으로 여섯 작품정도가 더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나' 구약, 신약에 나오는 구절에서 '신'이라고 지칭되어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복수는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대신해준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