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감독이 공동 연출한 <립세의 사계>는 <러빙 빈센트>의 신화를 쓴 두 감독이 다시 한 번 유화로 평범치 않은 비주얼로 시도한 작품입니다.

19세기 말, 폴란드의 작은 마을 '립세'에 사는 야그나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야그나는 다른 여성과는 달리 농사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야그나는 어머니의 강요로 인해 립세 최고의 부자인 보리나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사실 보리나 아들인 안테크는 야그나를 맘에 두고 있는데 안테크는 땅 문제로 인해 아버지와 사이가 매우 좋지 못할뿐더러 같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게 됩니다.

고령의 남자와 결혼한 야그나는 여전히 안테크와 관계를 지속합니다. 그러다 작은 마을에서 소문이 퍼지게 되고 안 그래도 지주의 착취로 인해 분노에 쌓여 있던 소작농들은 그 화풀이를 보리나의 아내인 야그나에게 풀고 심지어 마녀로 낙인을 찍는데 까지 이르게 됩니다.

안톤 체홉, 톨스토이의 작품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립세의 사계>의 이야기는 원작 제목인 '소작농'이 마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주인공 셋은 소작농은 아닙니다. 사실 야그나의 경우, 육체적인 노동을 초반엔 거의 하지 않죠. 자신의 미모를 믿고 그러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어머니에 의해 삶의 방향이 정해져 보입니다. 아무튼 원치 않은 결혼을 한 야그나와 관계가 있는 인물은 거부입니다. 그 거부는 돈 때문에 친 아들과 관계를 끊기도 하죠.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소작농들에 대한 집단 이기주의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건 그들이 보기엔 밉상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론 아무 잘못 없는 야그나이죠. 이런 관점에 보면 이 이야기와 캐릭터의 구성은 현시대와 맞다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마냥사냥은 없지만 인터넷과 sns에서 벌어지는 가짜뉴스와 마냥사냥은 여전히 현실세계에서도 볼 수 있죠.

<립세의 사계>는 <러빙 빈센트>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유화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전편이 우리나라에서 예상치 못 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기억하는데 과연 <립세의 사계>는 관객들에게 어떤 호응을 얻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