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게스 감독이 연출한 <라이트하우스>는 19세기말 한 외딴섬에서 한 달 동안 등대지기로 일하게 되는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뉴잉글랜드의 고립된 섬에 도착한 토마스 웨이크(윌럼 데포), 에브라임 윈슬로(로버트 패틴슨)은 각자 임무를 나누고 일을 시작합니다. 물론 사수, 부사수의 관계라 에브라임은 신참으로 등대에 관한 중요 임무는 맞지 못하고 청소 등의 잡일을 주로 하고 토마스가 주요 임무를 맡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고 토마스는 금지 되어 있는 음주를 시작하고 에브라임에게도 권합니다. 하지만 에브라임은 거절하면서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등대를 확인하기 위해 라이트가 설치된 곳으로 올라가는 토마스는 옷을 모조리 벗어버리고 등대가 내뿜는 빛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이 모습을 에브라임이 목격하게 되고 자신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섬엔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특히 갈매기들의 움직임이 독특합니다. 어떤 건물 앞에서 에브라임을 막아서는 모습과 더불어 에브라임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반격하려는 에브라임의 모습에 토마스는 절대 새들을 공격하지 말라고 합니다.

깨끗한 식수가 제공되지 않은 이 섬에서 에브라임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토마스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됩니다. 첫 날은 기분 좋게 보내면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꺼내지만 토마스는 그러지 않습니다. 그렇게 음주가 며칠 진행되면서 에브라임은 불만을 토로하고 결국 폭력사태로 이어집니다.

1.19:1 화면비에 흑백영화입니다. 일반 상업영화와는 거의 정반대의 콘셉트를 갖고 있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큰 사건 없이 두 인물의 심리묘사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이 펼치는 심리의 변화는 어떤 스펙터클한 영상보다도 강한 임팩트를 줍니다. 물론 충격적인 이미지의 쇼트들이 제공되기도 합니다. 특히 에브라임의 폭력성을 표현하는 두 세 장면은 큰 충격을 줍니다.

개인적으론 로버트 패틴슨의 최고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20대 때의 모습은 거의 사라진 채 블루칼라 노동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뭔가 과거를 숨기고 있는 듯 한 미스터리한 콘셉트도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연기하는 배우가 윌럼 데포면 그 시너지는 몇 배로 발휘되었을 겁니다. 물론 윌럼 대포 개인으로서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등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자 바다가 주요배경이 되는 작품에서 1.19:1 화면비를 사용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데 공간이 주는 효과보다도 인물에게 좀 더 집중하기 위한 콘셉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과감한 감독의 선택이 이 영화가 지향하는 두 인물의 모습에 딱 잘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그의 다음 작품도 어떤 독특한 설정으로 공개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