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카와 유이치로 감독이 연출한 <귀를 기울이면>은 지브리 스튜디오가 95년에 제작한 작품을 실사로 옮긴 작품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소설가가 꿈인 중학생 시즈쿠는 자신의 빌린 책에 언제나 똑같은 이름이 자신 보다 먼저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참고로 이 당시 80,90년대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작은 종이에 대여자 명부가 책 뒷면 꼽혀 있었습니다.) 호기심과 경쟁심이 일던 시즈쿠는 어느 날 자신이 깜박 놓고 간 책을 보고 있는 세이지라는 소년을 보게 됩니다. 그는 다름 아닌 대여자 명부의 이름과 같은 세이지였습니다. 둘은 이를 계기로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귀여운 고양이를 쫓던 시즈쿠는 다양한 골동품이 전시된 가게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을 지키는 고양이 인형 바론을 만나게 되고 주인 할아버지와도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 공간은 나중에 시즈쿠의 아지트가 되기도 합니다. 근데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세이지의 친할아버지였고 둘은 좀 더 가까운 관계가 됩니다.

시즈쿠는 세이지에 대한 마음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세이지를 조금씩 멀리하려고 하고 세이지는 오히려 시즈쿠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사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세이지는 자신의 꿈을 정했다며 첼로를 배우기 위해 십 년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기로 합니다.

거의 30년 전에 발표되었던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로 옮긴 이 작품은 꿈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함께 하는 작품입니다. 현실에선 이러한 인연이 지속되긴 거의 힘들지만 이 작품에선 완성을 기키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중학생 시절인 80년대 후반과 10년 후인 90년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학생과 직장인이 된 시즈쿠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아마 이 영화가 제작된 이유는 원작 자체가 유명하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불어온 레트로 콘텐츠 열풍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화권 작품들, 특히 대만의 학원물들의 활약이 이러한 유행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는 자극적인 요소가 거의 없이 흘러가고 그야말로 옳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선 어떤 연출적인 특징이 있지만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실사 영화에선 애니메이션에서 진행했던 연출적인 요소가 아마 덜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연출적인 특성도 야망도 보이지 않은 평범한 작품이 된 것 같더라고요.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가 거의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이 작품도 아마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