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외화(外畫) 제목의 대부분은 영어 발음을 그대로 가져오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오늘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 제목 – 바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The Suicide Squad), 즉, ‘자살(自殺) 특공대(特攻隊)’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9월 개봉할 모(某) 영화는 영어 단어를 하나하나 가장 비슷한 발음만 한글로 따 왔을 뿐 시종일관(始終一貫) ‘무번역’으로 이름을 짓고야 말았으니, 그것은 바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Venom: Let There Be Carnage’. 굳이 번역하자면, ‘악독2 : 그곳에 대학살 있으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막상 번역하고 보니, 번역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어쨌든, 오늘은 ‘자살특공대 제 2탄(彈)’을 보고 왔는데, 그 분위기가 예전에 보았던 어떤 시리즈와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마블(Marvel) 시리즈 중의 하나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하 ‘가오갤’로 약칭; Guardians of the Galaxy’ Vol.1, Vol.2 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James Gunn) 감독의 DC 데뷔작(맞죠?) 이기 때문입니다. 특유의 애창곡 메들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은 과잉(過剩)으로 흐르고, ‘가오갤’ 에서 아슬아슬하게 12세 관람가 수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다 지쳐버린 감독은 이번 자살특공대 2탄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내세우며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던 모든 잔인한 장면을 모두 한번에 토(吐)해내 버립니다. 

B급을 넘어선 C급 영화를 이렇게 아름답고 경쾌하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영화에 이런 장면들을 포함시키고 싶었을 텐데, 그동안 얼마나 참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의 인내력에 또한 감읍(感泣)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비록 코로나19 시국이지만, 극장에서 보아야 그 박력(迫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뇌 활동은 포기하고 그냥 재미있게 영상과 말도 안되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소위 ‘예술 영화’를 보면서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도 필요가 없으니 마음 편히 웃다가 영화관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표현이 가당(可當)할 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피로에 지친 심신을 위해 ‘대리(代理) 배설(排泄)’을 해 주는 고마운 존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크게 웃을 수 있는 영화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이유를 저는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법적으로 볼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본 영화로 기억할 것입니다. 

* 그나저나 2016년에 개봉하여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는 자살특공대 1탄의 원제(原題)는 정관사(定冠詞) The 가 빠진 그냥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인데, 이 둘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