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영 감독이 연출한 <이어지는 땅>은 런던과 밀라노라는 두 지역에서 펼쳐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호림(정회린)은 버려진 캠코더를 우연히 줍고 그 안에 담긴 영상을 봅니다. 그리고 우연히 벤치에 앉아있던 옛 연인인 동환을 만납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려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동환 곁에 머무는 호림. 동환의 새로운 연인인 경서가 와서 떠나려고 하지만 경서가 오히려 말리며 셋은 동환의 집까지 함께 합니다. 물론 경서는 호림이 동환의 전 연인인 사실을 모릅니다. 그 상황에서 호림이 봤던 영상 안의 여자인 이원(공민정)이 동환, 경서의 지인으로 함께하는 우연이 생깁니다.

이원과 호림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호림은 자신의 거짓말과 캠코더 이야기를 이원에게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걷는 긴 터널을 통과하며 영화 속 2부에 해당하는 밀라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밀라노는 이원이 주인공이 됩니다. 그녀는 식물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출 중 어떤 남자가 길을 물어보는데 그가 한국인인 것을 알게 되고 함께 동행을 합니다. 둘은 헤어지지만 또 다시 우연히 길에서 만나 산책을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남자는 이원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합니다. 마치 링글레이터의 <비 포 선라이즈>와 함께 장면이 연출됩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 한 일로 인해 둘은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100프로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감독이 런던에서 실제 살았던 경험과 또한 밀라노에 살고 있는 스태프가 있어서 성사된 작품입니다. 낯선 공간에 사는 이방인의 모습과 더불어 떨어져있던 인연이 어떻게 다시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1부에 해당하는 런던의 이야기가 불편한 상황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밀라노는 사랑이 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런던과 밀라노의 길거리. 특히 작은 골목과 광장의 아름다운 로케이션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공간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이를 담아낸 촬영감독의 역할이 엄청 큰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론 런던의 공원 장면들도 인상적인데 특히 두 남녀가 걸어 다니면서 대화를 나누는 밀라노의 밤거리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외국 영화들. 특히 앞서 언급한 <비 포 선라이즈>에 등장했던 유럽의 길거리 장면만큼 인상적인 촬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흐름을 갖고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독특한 편집과 구성이 조금 낯선 느낌을 주는 작품이긴 하지만 관계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아름다운 유럽의 밤거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