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연출한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은퇴를 번복하고 6년 만에 돌아온 그의 신작이자 노동계급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안사는 우연히 술집에서 홀라파라는 기계공을 만나게 됩니다. 홀라파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그 사이 안사는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물건을 가져가다가 매니저에게 걸려 잘리게 되고 동네에 있는 술집에 취직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성격 좋아 보이는 사장이 마약 밀수범입니다. 또 다시 실업자가 된 상황에서 안사는 홀라파를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예정에 없던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안사는 홀라파에게 연락처를 쪽지에 써 주고 헤어집니다. 하지만 홀라파는 라이타를 주머니에서 꺼내다가 그만 그 쪽지를 잃어버립니다. 홀라파는 안사와 다시 만나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지만 연은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극적인 우연으로 둘은 극장 앞에서 만나게 되고 안사는 홀라파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함께 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는 다시 멀어집니다. 왜냐면 안사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알콜릭인 홀라파에게 한 마디를 했는데 홀라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럭 화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후 홀라파를 술을 먹고 일을 하다가 다치게 되어 직장에서 산재 처리도 받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또 다시 우연으로 이 소식을 들은 안사는 그가 있는 병원으로 향합니다.

언제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리우스마키는 이번에도 너무나 사랑스런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원색의 배경과 마치 연극의 조명을 구사하는 그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유효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2024년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등의 현대적인 기기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 가장 중요한 장면인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것도 쪽지를 이용하죠.

프롤레타리아 3부작으로 유명한 카리우스마키는 최근 이민 문제 등의 유럽의 현안에 대한 소재를 작품에 녹아냈는데 이번 작품에선 3부작의 연장선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와 소재로 돌아왔습니다. 노동계급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음과 동시에 결코 합법적(?)으로 옳지 않은 노동자들을 배치시키면서 묘한 코미디를 연출하는데 꽤나 큰 웃음을 안겨줍니다.

누군가는 카리우스마키 작품을 보면 마치 70년대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필름 룩의 이 작품은 현재를 다루고 있지만 노동 계급의 인권 등의 성장은 제자리에 멈춰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감독은 던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복귀작으로 돌아온 만큼 차기작은 좀 더 이른 시간에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