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감독이 연출한 <나의 올드 오크>는 <미안해요 리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신작이자 그의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알려진 작품입니다.

영국 북부의 폐광촌에서 오래된 펍 '올드 오크'을 운영하는 티제이는 오래전부터 탄광촌에서 일을 해온 단골들로 겨우 운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근데 최근 난민들이 하나둘씩 이 마을로 오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에서 내린 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 중 사진작가를 꿈꾸는 한 소녀 '야라'는 주민에 의해 카메라가 부서지고 맙니다.

이 모습을 목격한 티제이는 일단 상황을 수습합니다. 다음 날, 야라는 올드 오크로 와 티제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를 계기로 티제이는 야라 뿐만 아니라 난민이자 이제 새로운 이웃이 된 야라의 가족 등과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세금이 쓰이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정착민들에 불만이 쏟아집니다.

그러던 와중 티제이의 친구이자 단골들은 어떤 모임을 위해 올드 오크 안에 있는 오랫동안 쓰지 않은 공간을 빌려달라고 하지만 티제이는 일절 바로 거절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공간은 난민과 지역 빈민층 그리고 어린 학생들을 위한 사교 모임의 장으로 사용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티제이의 오랜 친구들의 불만과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사회파 감독으로 지속적으로 현시대의 문제점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켄 로치 감독은 유럽에 가장 큰 이슈인 난민 문제를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후 다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노동자들이 아주 중요한 캐릭터로 배치되어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비록 갈등에 놓인 인물들을 보여주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동의 이해관계와 더불어 정부의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켄 로치 감독은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도 그러했지만 제대로 된 기성세대나 어른이 있다는 것은 한 지역 혹은 한 단체에 어마 무시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티제이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올드 오크'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선듯 그 공간을 단골을 떨쳐 보낼 각오를 하면서도 난민과 아이들에게 내어줍니다. 그것이 위대한 선택이고 그 선택은 누군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