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정치 가문인 케네디가(家)가 18일(현지시간) 올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가문의 일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민주당 표심을 분산시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초래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마틴 루서 킹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찾아 유세에 나섰다.
유세 현장에는 케리 케네디를 포함해 약 15명의 로버트 F. 케네디 자녀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여동생인 케리 케네디는 "바이든 대통령은 내 아버지와 삼촌이 옹호했던 모든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라며 "우리 케네디가는 미국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를 4년 더 자리에 앉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2024년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단 두 명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다.
케리 케네디는 트럼프에 대해 "미국 역사에서 가장 반민주주의적인 대통령"이라며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행동이 내 아버지인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을 얼마나 경악하게 했을지 상상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지지에 대해 "놀라운 영광"이라며 반색했다.
이어 "2024년 대선은 미국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두 비전의 대립"이라며 "트럼프의 비전은 분노와 증오, 복수와 응징이지만 나의 비전은 희망과 낙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가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에 위협을 가하는 만큼 속도를 늦추지 말고 계속 전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가 6개월도 더 남은 이 시점에 케네디가의 지지를 과시한 것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후보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케네디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가족이 자신에게 등 돌린 것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내 가족 중 일부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 가족은 생각에서는 갈리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만큼은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출마는 미국을 치유하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