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관광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시가 더 이상 신규 호텔을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는 "도시를 주민과 방문객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유지하고자 한다"며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객의 호텔 숙박 횟수를 연간 2000만건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지역이나 도시에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공간을 점령하게 되면서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민들은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물론 교통대란, 소음공해 등에 시달리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최근 2~3년간 '보복 관광'으로 이어지면서 유명 관광지가 있는 도시마다 과도한 인파가 몰려 물가가 오르고 주거 환경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암스테르담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민과 방문객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신규 호텔 건설을 제한하는 이유를 밝혔다.
다만 기존 호텔이 문을 닫고 새로운 숙박시설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경우에는 건설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또 이미 신축 허가를 받은 호텔의 경우엔 계속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한해 약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암스테르담은 이전에도 밤마다 소란스러운 파티가 열려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해왔다.
술과 마약을 하며 파티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향해 주민들이 '오지 마(Stay Away)'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오는 25일부터 7월 중순까지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당일치기 관광객에 한해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300원)씩을 부과한다.
6월부터는 단체 관광객의 규모를 25명으로 제한하고 관광가이드의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베네치아는 연간 2500만~3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이지만 정작 도심 인구는 5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8월 "베네치아가 오버투어리즘과 과도한 개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이달부터 교토의 기온 거리에 관광객 출입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게이샤를 괴롭히고 사진 촬영을 강요하는 등 일부 몰상식한 관광객들의 행동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도쿄도는 관광객들의 숙박세 인상을 논의 중이며, 후지산은 일일 등산객 수에 제한을 두고 7월부터 통행료 2000엔(약 1만80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오사카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현재 걷고 있는 숙박비 외에 별도로 관광세를 추가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에서는 외국인에게 일반인보다 많은 돈을 내게 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관광세 부과 등과 같은 규제는 자칫 관광객들에게 반감을 사거나 현지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와 수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