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은 인턴기자] 낙태권 옹호 발언을 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가톨릭의 핵심 의식인 영성체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20일(현지시간) AFP는 살바토레 코르딜레오네 샌프란시스코 대주교가 펠로시 의원에게 영성체 참여 불가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가톨릭의 핵심 의식인 영성체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피와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신자들이 성직자의 축복을 받은 빵과 포도주를 먹는 것을 가리킨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지도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낙태의 정당성에 대한 신념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이 중대한 죄를 고백 및 용서받을 때까지 당신은 영성체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낙태권을 지지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는 최근 미 대법원이 1973년부터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온 '로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으려 한단 사실이 드러나자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낙태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르딜레오네 대주교는 앞서 펠로시 의장에게 낙태권에 대한 신념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대중 앞에서 밝히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펠로시 의장이 영성체에 참여할 수 없단 것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라고 덧붙였다.
낙태를 큰 죄악으로 여기는 가톨릭은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내세우면서도 낙태권을 옹호하는 펠로시 의장의 행보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교구 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코르딜레오네 대주교가 내린 결정을 번복하려면 교황청이 개입해야만 한다.
펠로시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낙태 권리 단체인 '가톨릭 포 초이스'의 회장은 "코르딜레오네 대주교가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낙인찍기를 멈추고 가톨릭 내 찬성파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callmes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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