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재무건전성 지표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롯데손해보험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앞서 롯데손보 측은 재무건전성 지표 산출 시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했지만, 금감원은 고의적인 과다 계상 조치인 것으로 판단하고 금융위원회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당국과 손보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일 롯데손보에 과태료 4000만원과 과징금 3800만원을, 관련 임원에게는 견책상당 1명, 주의 1명의 제재를 부과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제재 이유는 책임준비금 적립 의무 위반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9월 14일부터 10월 16일까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보험사 재무건전성의 주요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산출 근거 기준을 위반한 정확을 포착했다.
RBC비율이란 보험사의 자본지표로, 계약자가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일시에 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RBC비율 산출 결과 100% 이상일 경우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며, 미만이면 지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RBC비율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가용자본에 무해지보험 상품에 대한 해약환급금을 모두 편입시켜 산출했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향후 보험금 지급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험료 적립금을 쌓아둬야 한다.
다만,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약할 경우 지급할 해약환급금이 발생하는데, 이 시점에서 발생하는 보험료 적립금과 해약환급금의 차이만큼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해약환급금이 없는 무해지보험도 일반보험 상품과 동일하게 해약시점 기준 보험료 적립금과 해약환급금 차이만큼만 가용자본으로 인정해 편입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무해지보험의 해약환급금을 제로(0)로 계산해 보험료 적립금 전부를 가용자본으로 편입시켰다.
이에 롯데손보는 지난해 말 RBC비율을 실제보다 20% 포인트 높은 193%라고 공시했다.
금감원의 지적에 롯데손보는 회계상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금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사한 오류를 범한 하나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흥국화재 등의 경우 RBC비율 변동폭이 1~2% 미만이지만, 무해지상품 판매에 집중한 롯데손보의 RBC비율 상승폭은 20%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지적에 롯데손보는 오류로 기재했던 지난해 3분기 RBC비율을 기존 192.9%에서 169.4%로 수정했다.
실제 롯데손보는 대주주가 JKL파트너스로 변경된 이후 RBC비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9년 말 183.7%였던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년 만에 162.3%로 하락했다.
이는 금감원의 RBC비율 권고치 150%에 거의 다다른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경우 최근 무해지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해온 이유 역시 해지 환급금이 없어 RBC비율 산출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앞서 롯데손보의 단순 실수 해명에 대해 금융위로부터 유권해석을 요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제재 공문을 하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JKL파트너스는 2019년 5월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53.49%를 373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롯데손보는 2019년 512억원, 2020년 1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