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동안 스페인의 가톨릭 교회에서 교회 관계자들에게 90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외신들은 스페인 가톨릭 주교회의가 2일(현지시간) 1945∼2022년 사이 교회 안에서 발생한 아동 성 학대 사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를 담은 첫 번째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어로 '빛을 비춘다'는 제목이 붙은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교회가 파악한 아동 성 학대 가해자는 최소 927명이고 그중 남성이 83%라고 기술했다.

가해자는 728명으로 99%가 남성이며, 그중 50% 이상이 사제이고 나머지는 교회 관계자였다.
사건은 대부분 학교, 신학교, 교구 건물 내부에서 발생했다.

교회가 증언을 확보한 아동 성 학대의 대부분은 20세기에 발생했고, 75%는 1990년 이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가해자의 63%는 이미 사망한 상황이다.
다만 교회 측은 “증언을 계속 수집하고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도 “이번 보고서는 2019년 이후에 조사한 내용만 다뤘기 때문에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가톨릭 교회의 자체 조사와 별개로, 지난해부터 옴부즈맨이 중심이 된 독립조사위원회가 교회 내의 아동 성 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는 “가톨릭 교회 내 아동 성 학대 사건이 1200건이 넘는다”는 엘파이스의 보도로 큰 논란이 일어난 2021년 내려진 조치다.

조사를 이끄는 옴부즈맨은 “올해 초 445명의 피해자 증언을 확보했으며,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자르 가르시아 마간 주교회의 사무총장은 "우리 교회의 구성원들이 교회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부끄러움과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다시는 교회 중심부에서 성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페인 외에도 호주, 아일랜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에서도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 학대 의혹이 불거지며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달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도 가톨릭 성직자 수백명이 70년간 2000명에 가까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해당 조사는 2018년 펜실베이니아주의 가톨릭 성 학대 실태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리사 매디건 전 법무장관이 착수했다.
보고서에 담긴 일리노이 가톨릭교회 내 성 학대 실태는 펜실베이니아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시카고 대교구를 포함한 일리노이주 6개 교구에서 1950년부터 2019년까지 가톨릭 성직자와 수도자 451명이 약 70년 동안 1997명의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는 주 정부 차원의 조사가 시작된 2018년 가톨릭교회 측이 자체 집계한 가해자 숫자(103명)에서 4배 이상 불어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