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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대란이 발생한 지 50여 일이 흘렀다.
서비스 운영·관리에 책임이 있는 SK㈜ C&C(이하 SK C&C)와 카카오는 사건 초기 책임 전가 등을 이유로 전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이후 양사의 대처법은 크게 달라졌다.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책을 마련하는 한편 오는 7~9일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서비스 장애 사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공개키로 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반면 SK C&C는 구체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 발표보다, 오히려 기존 대표가 다른 계열사로 떠나가는 등 사뭇 다른 행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지난 1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박성하 SK C&C 전 대표는 SK스퀘어 대표로 이동했다.
즉, 사태 수습 마무리는 윤 신임 사장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가 서비스 장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전격 사퇴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남궁 전 대표는 경영에선 물러났지만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소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경찰은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을 한창 수사 중인 상황.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조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이가 거취를 옮겼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사고 재발 방지 약속은 '공염불?'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당일(10월 15일)만 하더라도 남궁훈·홍은택 당시 카카오 공동대표와 박성하 전 SK C&C 대표 모두 사과문을 발표하며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남궁·홍 각자대표는 오후 9시45분께 사과문을 내고 "오늘(10월 15일)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다음, 카카오T,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는 모든 이용자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카카오 그룹 측도 "현재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SK C&C도 사과문을 공개했다.
박성하 전 대표는 사건 당일 오후 10시 40분께 배포된 공식 사과문에서 "오늘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후 화재 발생 직후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였고 가능한 모든 안전조치 아래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한시라도 빨리 데이터센터 정상화를 통해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향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 국정감사 증인 발언도 주목…최태원 SK그룹 회장-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서비스 대란 이후 약 일주일 만인 10월 2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감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나란히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들은 모두 서비스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범수 의장은 과기정통부 국감 자리에서 서비스 장애 발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 뒤 서비스 무료 이용자 대상으로도 보상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무료 서비스 피해 보상 선례가 없는 만큼 구체적인 보상 기준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의원들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일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혀온 최태원 회장은 24일 오후 늦게 출석해 대국민 사과했다.
최 회장은 당시 "이번 정전 사태와 관련된 책임을 많이 느낀다.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다.
SK그룹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최대한 잘 수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피해 보상과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있는지 묻는 박완주 의원(무소속)의 질의에는 "회사 차원은 물론이고 다른 관계사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새롭게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고객사에 대한 보상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증인 출석한 박성하 전 SK C&C 대표도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올린 뒤 "(서비스 피해) 보상에 대해 사고 원인규명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할 생각이다.
C&C뿐만 아니라 SK그룹과도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고,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카카오, 협의체 구성부터 피해 보상안 마련도…SK C&C는?
양측 모두 그룹 수장까지 나서며 서비스 장애 재발 방지와 피해 보상안 등에 힘을 실었지만, 실질적인 대응에 나선 카카오와 달리 SK C&C는 아직까지 추가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 규명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는 '1015 피해지원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하고 접수된 서비스 먹통 피해를 분석, 피해 보상 기준 등을 마련 중이다.
카카오 따르면 지난 10월 19일~지난달 6일까지 카카오 공식 채널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10만5116건이었다.
 이 중 카카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례는 8만7198건이다.
카카오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접수 건수는 1만4918건(17.1%), 카카오 무료 서비스 중 금전적 피해를 언급한 접수 건수는 1만3198건(15.1%)으로 나타났다.
이외 접수된 67.8%는 금전적 피해와 관련없는 문의·의견·항의·격려 등이었다.
카카오는 지난 1일 협의체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협의체 구성원들에 공유했다.
회의에는 송지혜 카카오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와 차남수 본부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공정 거래-소비자 보호 전문가 최난설헌 교수가 참여했다.
협의체는 2차 회의에서 피해 사례의 세부 내용을 파악함과 동시에 관련 보상에 대한 대원칙을 논의했다.
카카오 측은 "협의체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피해 유형에 따른 세분화된 지원 기준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 협조를 매우 잘 하고 있다.
당 부처의 디지털 분야 재난 예방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