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지난해 벤처 캐피탈(VC)들의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 투자가 전년 대비 3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해 여력을 확보한 대형 제약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간한 '2022년도 국내외 바이오 벤처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를 포함한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지난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매우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미국 바이오 분야 전문매체인 바이오센추리의 BCIQ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미국은 지난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가 264억달러(약 32조원)로 전년 대비 22.8% 줄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71억달러(약 8조7330억원)로 12.3% 감소했다.
특히 유럽은 40억달러(약 4조9200억원)로 전년 86억달러 대비 53.5%로 반토막이 났다.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진 71억달러 투자 중 절반 이상인 37억8000만달러(약 4조6494억원)는 중국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한 곳에서만 유럽 전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국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VC들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가 지난해 1조1058억원으로 전년 1조6770억원보다 3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417억원 이후 4년 연속 성장세를 보여오던 총 투자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는 4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억원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부터는 급격히 투자가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
2분기는 1561억원, 3분기는 2037억원, 4분기는 2603억원씩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3·4분기는 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넘게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투자 규모의 급격한 축소에는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 하락과 함께 기술특례 상장 심사 강화로 기술특례 상장 사례가 줄어드는 등의 영향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한편 다국적 제약사들의 재정 여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국내 바이오 분야 대기업 및 중견 제약사들의 현금성 자산 또한 증가 추세"라며 "바이오 벤처들에 대한 투자 감소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하락은 기존 대·중견기업들과의 투자, 기술이전, 인수·합병(M&A) 등의 협력 기회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대·중소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타개책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