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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오래 일한 이가 많이 받는 연공형 임금체계 대신 직무나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도입을 위해서는 개편 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현재 절차를 우선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일 열린 토론회에 앞서 "수행하는 일의 가치와 성과에 맞게 보상해 근로자의 동기부여를 높이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자 혁신의 출발"이라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의 확산을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 절차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뿌리 깊은 연공형 임금체계가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약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기존 연공형 임금체계의 개편을 권고한 것과 정부가 이를 노동시장 개혁의 우선 추진과제로 선정한 건 시의적절했다"고 평했다.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해도 노조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이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
임금체계 개편이 더디거나 진행되지 못하는 배경이다.

손 회장은 "임금체계 개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본처럼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 시 노사의 협의만으로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노동조합도 시대에 맞지 않는 지나친 기득권을 내려놓고 직무·성과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를 맡은 박우성 경희대 교수는 그간 변화 동력이 부족해 개편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수용도와 적합도가 높은 기업부터 개편을 추진한다면 향후 노동시장 전반으로의 확산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고 기존 연공급 제도에서 이점도 일정 부분 반영하는 등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박형철 삼정KPMG 부대표는 "전통 대기업은 기본급 체계에 직무별 시장가치를 반영하면서도 연공 기반 직급은 어느 정도 유지하는 ‘부분적 변화’를 주로 활용하는 반면, 최근 빅테크 기업은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직군·직종별 초임과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 설정하는 등 유연한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라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지금은 임금체계의 ‘방향’이 아니라 개편의 ‘방법’을 논할 시기"라며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전환 시 각기 다른 노사의 선호와 이해를 취합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한양대 교수는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직무급적 요소 또는 관행을 공식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