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장기'로 알려진 오가노이드의 연구와 개발에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지난달 초 인간모델시스템의 연구를 위해 '인체생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로슈의 제약 연구 및 초기 개발(pRED) 연구소 산하의 조직으로 설립됐다.
지난해부터 오가노이드 연구소의 설립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로슈는 인체생물학연구소의 연구인력을 2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생체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하다는 의미의 접미사 '-oid'가 합쳐진 말로, 인체유사 장기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줄기세포를 2차원 또는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다.
이를 통해 생체 내 조직의 기능적, 구조적, 생리학적 특성을 모사한다.

오가노이드는 의약품 개발 시 동물시험이 가지는 생물학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기존 동물 모델 대비 인간 및 질병 생물학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을 오가노이드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동물시험이 가지는 윤리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는 약물 표적의 식별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동물실험 의무화 조항을 80여년 만에 삭제하면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는 오가노이드가 부상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식 등의 치료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오가노이드를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 생착과 재생 효과가 뛰어나 차세대 재생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나아가 향후에 개인 맞춤형 장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 정부도 오가노이드 치료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국가첨단전략기술은 산업 분야별 기술에 특화돼 양산을 목적으로 개발되거나 양산에 사용되는 기술을 뜻한다.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도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3200만달러(약 2조원)에서 2027년엔 34억2000만달러(약 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부터 2027년까지의 오가노이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2.1%에 달한다.
장기 조직별로는 위, 장, 간, 췌장, 폐, 뇌, 신장 등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019년도 기준으로는 장과 간 오가노이드 시장이 각각 23.3%와 22.6%로 큰 규모를 나타냈다.

국내외 기업들도 오가노이드 연구에 나서면서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로슈는 향후 오가노이드를 임상에 그치지 않고 표적 식별 및 검증, 전임상 안전성 및 유효성 등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오가노이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로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고, 넥스트앤바이오는 오가노이드를 통한 약물 유효성 평가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
멥스젠은 인간 장기 모델 칩을, 넥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세포 제품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의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센터는 "(오가노이드가) 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서 입지, 인력, 기술개발, 금융 및 규제 완화와 같은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