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움직여주세요' '결제할까요?'

지난 13일 오전 11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청운관 학생 식당. 김소현씨(24·경희대 19학번)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지 않고 키오스크 앞에 섰다.
그러더니 오른쪽에 설치된 카메라 단말기로 얼굴을 살짝 돌려 학식 이용권을 결제했다.
김씨는 "다른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빠르다"며 "도서관 사물함 결제나 정기적으로 자주 가는 곳에도 도입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11일부터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술 기반 ‘페이스사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네이버 임직원들의 사내 출입 등에 활용됐지만 사옥 밖에서 상용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캠퍼스 내에는 학생 식당 2곳, 교직원 식당 2곳, 카페 3곳 등에 총 12대의 ‘페이스사인’ 얼굴 인식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이날 기준 얼굴 등록 이용자 수는 1000명을 넘겼다.

페이스사인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네이버페이 앱에서 얼굴 등록을 해야 한다.
홍보포스터의 QR코드를 인식해 얼굴 등록 창에 들어가거나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을 누르고 인증/보안 메뉴에 페이스사인 결제에 들어가 얼굴 설정-얼굴 등록을 클릭하면 된다.
ARS 본인 확인 혹은 카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면 카메라가 켜지고 내 얼굴을 촬영하면 된다.
화면에 나오는 자막 안내 문구를 따라 얼굴 위치를 프레임 안에 두고 정면, 왼쪽, 오른쪽을 연달아 촬영하면 각 촬영 때마다 ‘얼굴을 확인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소요시간은 48초. 네이버페이 앱이 깔려 있다면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얼굴 등록이 끝난다.

결제는 더 쉬웠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간편결제에 ‘페이스사인’을 누르면 키오스크 오른쪽에 있는 디바이스의 카메라가 켜진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맨얼굴이라면 결제하기를 누른 후 1초도 안 돼 결제 여부를 묻는 창이 뜬다.
2500원짜리 치즈라면을 누르고 ‘페이스사인’을 눌렀더니 오른쪽 카메라를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이 결제를 묻는 창이 떴다.
맨얼굴로 정보를 등록했지만, 안경을 껴도 무리 없이 결제창으로 넘어갔다.
페이스사인으로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머니에서 돈이 나간다.
만약 충전된 네이버페이 머니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결된 계좌를 통해 머니가 자동 충전된다.

결제까지 순식간에 이뤄져 제대로 인식하는 게 맞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등록한 얼굴 상태와 옷차림 그대로 셀프 사진을 찍어 화면에 들이대 봤다.
그러나 ‘얼굴을 움직여보세요’라는 문구만 뜰 뿐 결제 여부를 묻는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에 얼굴을 좌우로 움직이는 동영상을 하나 찍어서 다시 단말기에 비춰봤다.
이번에는 ‘화면을 봐주세요’ 문구가 추가됐다.
이를 염두에 둬서 움직이다가 몇 초간 정면을 봤다가 또 움직이는 동영상을 다시 찍어 기계를 속여보려고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결국 실제 얼굴 말고는 결제창을 뚫지 못했다.

네이버페이의 설명에 따르면 AI가 얼굴의 입체적인 정보를 특징값으로 잡아내 암호화하는 식으로 등록한다.
결제는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등록된 얼굴 정보와 전용 디바이스로 확인된 얼굴을 대조한다.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그 정확도는 바이오인식정보시험센터(K-NBTC) 인증 기준 99% 이상이다.

다만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는 해결할 과제다.
오전 11시 점심 학식이 시작된 후 약 30분간 지켜본 결과 페이스사인으로 결제를 한 학생은 50여 명 중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네이버페이 바코드로 학식을 결제한 강종태씨(25·17학번)는 "네이버도 결국 사기업인데 얼굴 사진 유출이나 보안상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얼굴 정보 등록 시 대상을 인식할 수 있는 특징값으로 변환하고 특징값은 암호화돼 이미지화할 수 없다"며 "유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