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취재진(왼쪽)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있는 'ICT 이글루'를 방문해 '스노우 레이싱'을 체험하고 있다. /서울광장=이성락 기자

SK텔레콤, 'ICT 이글루' 행사 기술 지원

[더팩트ㅣ서울광장=이성락 기자] 14개 고화질 프로젝터가 빛을 쏘자 눈앞에 거대한 눈꽃이 떨어진다. 머리 위로는 광활한 설원이 펼쳐져 있다. 순식간에 대형 스크린이 된 천장에는 여우와 곰이 뛰논다. 멋진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장면에서는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담아내기 바쁘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한복판에 있는 대형 이글루 내부 정경이다. 'ICT 이글루'로 불리는 해당 공간에서는 이처럼 가상현실(VR) 영상을 특별한 기기 없이 경험할 수 있다. 이는 5G 통신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고화질 무안경 360도 VR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프레지던트 호텔 등 일부 지역에 28GHz 대역 5G 기지국을 설치해 연동했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ICT 이글루' 행사는 한국실업빙상경기연맹과 대한스키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술을 제공하는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5G 상용화를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시범서비스를 운영, 5G 상용망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무선 5G 네트워크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바로 옆에 자리한 'ICT 이글루'는 직경 23m 대형 돔과 12m 소형 돔으로 구성됐다. 먼저 대형 돔 형태의 이글루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 팔 모양의 대형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VR과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한 '스노우 드리프트' 체험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로봇팔이 방문객을 높이 들어 올리자 "와!"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직접 체험할 기회도 제공됐다. 안전바가 몸을 잡아주니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체험은 VR로 보이는 설산을 질주하면서 움직임을 통해 코인을 획득하는 방식이었다. 코인을 획득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로봇팔 역시 빠르게 움직이며 역동성을 더했다. VR 기술에 흔들림까지 더해지다 보니 체험을 마친 뒤 다소 어지러움을 느꼈다.

'스노우 드리프트' 옆에는 '스노우볼 파이트'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을 습격하는 몬스터 군단에 맞서 눈덩이를 던지는 게임 형태인 '스노우볼 파이트'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체험에는 VR 장비와 함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햅틱기술이 사용됐다.

체험은 햅틱 장갑으로 집은 눈덩이를 다가오는 몬스터를 향해 던지는 게 전부였다. 다만 몬스터의 공격을 받으면 햅틱 조끼를 통해 진동이 전달돼 높은 몰임감을 자랑했다. '스노우볼 파이트' 체험을 마치고 나온 함성룡(64) 씨는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금세 재미를 느꼈다"며 "인터넷을 통해 'ICT 이글루' 행사를 알게 돼 현장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ICT 이글루' 행사는 오는 25일까지 운영된다. /SK텔레콤 제공

'스노우 드리프트'와 '스노우볼 파이트' 체험 공간 반대편에는 타임슬라이스 기술을 활용한 기념사진 촬영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수의 카메라를 활용해 움직이는 형체를 촬영한 후 이미지를 연결, 입체적인 360도 영상을 제공하는 기술인 타임슬라이스는 향후 5G 시대에 개인 스마트폰에서도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후원사인 KT는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타임슬라이스를 활용할 예정이다.

끝으로 소형 돔으로 자리를 옮겨 '스노우 레이싱'을 체험했다. 이곳 역시 대형 돔과 마찬가지로 고화질 무안경 360도 VR 영상을 제공했다. 5G 네트워크로 전송된 영상이 에어돔 내부에 투사되는 방식이었다. 대형 돔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앉아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눈썰매 형태의 시뮬레이터를 타고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은 설산을 따라 질주하며 북극 모험을 떠나는 콘셉트였다.

이날 체험한 'ICT 이글루'는 겨울 스포츠와 국내 5G 기술을 서울 시민·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또 오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분위기 조성 차원의 행사이기도 하다. 운영 기간도 올림픽이 끝나는 이달 25일까지다. 다만 SK텔레콤이 평창올림픽 후원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앰부시(매복) 마케팅 논란을 피하기 위해 행사 외관과 서비스를 구성하면서 '올림픽' 또는 '스포츠' 등의 내용은 뺐다.

SK텔레콤은 하루 최대 3000~3300명의 시민이 'ICT 이글루'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림픽 기간인 데다 서울광장 인근에 호텔이 많이 들어서 있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CT 이글루'는 향후 펼쳐질 5G 네트워크 시대에 필수적으로 활용될 여러 미디어 기술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아 5G를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ICT 이글루' 방문객들이 고화질 무안경 360도 VR 영상(위)과 '스노우 드리프트'를 체험하고 있다. /서울광장=이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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