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 힘주는 LG전자...삼성닷컴 따라잡기 총력전

LG전자가 국내 D2C(소비자와 직거래) 마켓의 대표주자인 삼성닷컴을 추격하기 위해 자사몰인 LGE닷컴 고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에는 온라인 한정상품을 미끼로 고객을 확대했다면 이제는 기존 오픈마켓을 넘어서는 할인율을 제시하며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티메프(티몬·위메이크프라이스) 미정산 사태로 오픈마켓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진 점도 삼성닷컴, LGE닷컴 등 자사몰 성장에 유리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상반기부터 LGE닷컴에서 기간 한정 할인 이벤트인 '타임딜'을 매달 진행하고 있다.
철 지난 이월 상품 대신 최신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노트북 등 LG전자의 주력 상품을 20~40% 할인해서 판매 중이다.
특정 제품의 판매량을 전략적으로 늘리기 위해 50% 할인율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LGE닷컴에 이벤트 배너만 걸고 끝이 아니라 카카오톡과 온라인 가격 비교사이트 등을 통해 타임딜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할인 이벤트로 LG전자 제품은 온오프라인 매장보다 LGE닷컴에서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는 인식이 네티즌 사이에 널리 퍼진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40)는 "방에 놓을 두 번째 TV를 알아보던 상황에서 LG전자 타임딜을 접했다"며 "최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4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게 아쉬워서 구매 버튼을 눌렀다"고 말했다
타임딜이란 판매 기간과 판매 수량을 정해놓고 둘 중 하나에 도달하면 할인을 종료하는 이벤트를 말한다.
주로 오픈마켓에서 널리 쓰는 할인 방식인데, 유통가에선 자사몰인 LGE닷컴에서 활용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업계에선 지난 2월 LG전자가 11번가에서 영입한 디지털 커머스 전문가 이영민 D2C사업그룹 담당(상무)이 이러한 LGE닷컴 타임딜 전략을 이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담당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강신봉 요기요 대표를 D2C센터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에 대응하기 위해 LG전자가 전략적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11번가는 상장이 무산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가전 타임딜을 진행하던 오픈마켓이었다.
LG전자는 최근 침체기에 빠진 오픈마켓 인력을 지속해서 영입하며 D2C 전략과 자사몰 성장에 힘을 줄 방침이다.
지금까지 가전업체 자사몰 성장을 이끌던 제품은 가전양판점이나 오픈마켓에서 구매할 수 없는 한정판이었다.
 
삼성전자는 삼성닷컴을 통해 다양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 제품 한정판을 판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 유통망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전용 색상이나 특정 브랜드 등과 협업(컬래버레이션)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지난 2월 삼성닷컴으로 출시한 '갤럭시 버즈2 프로 쌍둥바오 패키지'는 당일 완판하는 성과를 냈고, 7월 선보인 갤럭시Z 플립·폴드6 한정판에도 많은 소비자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이어 모바일 제품에 집중됐던 한정판 마케팅을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등으로 확대하며 자사몰 성장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D2C 전략에 힘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고객 데이터 확보를 꼽는다.
기존 유통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고객 취향과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자사몰에서 판매할 경우 이를 파악해서 최적의 제품 기획과 마케팅이 가능하다.
 
고객과 온라인 접점을 확대해서 자사몰을 통한 재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일례로 LG전자는 카카오톡 LG전자 채널을 친구로 추가하면 제품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형태로 구독자수를 확대했다.
한편 유통가에선 티메프 사태로 중간 고리인 오픈마켓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과 직접 거래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삼성닷컴과 LGE닷컴 성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자사몰을 통해 오픈마켓을 넘어서는 할인율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리스크가 있는 오픈마켓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LG전자 가전을 유통하던 대형 셀러들이 티메프 사태로 큰 타격을 입고 가전 유통 물량과 할인율을 줄이는 것도 기업 D2C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