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 및 협력에 관한 원칙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우리나라의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해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원천 특허를 주장하며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국 정부가 원전 수출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만큼 민간 기업 간 협의도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또 향후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해외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 국무부와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 확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에 가서명했다고 5일 밝혔다.
한미 양국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1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에 관한 기관 간 MOU에 가서명함으로써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의 진전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또한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양측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최고 수준의 비확산, 원자력 안전, 안전조치 및 핵 안보 기준을 유지해나간다는 상호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이를 위해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양국의 수출통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러한 협력 의지를 발판으로 양측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 및 핵심 공급망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로써 향후 양국 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수만개의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이번 MOU에 대한 최종 검토 절차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산업부 측은 "이번 성과는 그간 양국이 구축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것으로 최종 서명 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원전 수출 협력이 긴밀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가서명은 한국의 체코에 대한 원전 수출을 놓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간의 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체코 당국은 지난 7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한국과 체코는 내년 3월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것이 미국의 협조였다.
우리나라가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웨스팅하우스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48개국이 가입한 핵 공급 그룹(NSG) 지침에 따르면 원전 기술을 제3국에 이전할 때는 그 기술을 가진 해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다만 체코와 같이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나라로 수출할 때는 신고만 하면 된다.
문제는 신고 주체인 웨스팅하우스가 그동안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관련 절차가 미뤄져 왔다.
한국은 1987년 한빛3·4호기 원전을 건설하면서 미국 원전 기업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우리나라가 참고했던 CE의 시스템80 원전 특허는 현재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다.
한국은 자체적으로 원전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으나 웨스팅하우스는 원천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경쟁사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체코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체코 경쟁보호청(UOHS)이 기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 정부가 민간의 원전 수출에 대해 협력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에 따라 향후 웨스팅하우스가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은 양국 민간 차원에서도 협력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OU는 체코 원전 수출뿐 아니라 향후 해외 공동 시장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원전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해외에 원전 수출을 추진할 때마다 미국이 훼방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MOU를 통해 양국이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에도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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