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긴장감 고조 롯데 사장단…굳은 표정 '묵묵부답'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업무동은 입구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오후 롯데그룹의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 참석을 위해 도착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한결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롯데그룹은 일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VCM을 개최한다.
이번 VCM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VCM은 지난해 연말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나온 직후에 열린 만큼 참석자 대부분 무거운 표정으로 입장했다.

낮12시30분께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선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회의 내용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 대표와 함께 입장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도 "다음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 대표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서기도 했다.
회의 시간에 임박해 모습을 보인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회의 논의 내용을 묻는 기자들을 뒤로한 채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박익진 롯데온 대표도 침묵을 지킨 채 회의장에 들어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연말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2조원대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위험)를 해소한 뒤, 최근에는 롯데렌탈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이날 VCM에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해 경영 실적과 그룹 현황을 점검하고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돌파구와 미래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아울러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관점의 사업 혁신 및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 인공지능(AI) 내재화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도 혁신과 쇄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과 재무 건전성 확보, AI 활용 강화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이날 오전 일찍 회의장으로 향했다.
롯데지주 실장급인 신 부사장은 2023년부터 VCM에 모습을 보여왔다.
신 부사장은 이날 회의 참석에 앞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 참석해 롯데이노베이트 전시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VCM에 앞서 그룹 내 인공지능(AI) 혁신사례를 소개하는 'AI 과제 쇼케이스' 역시 진행됐다.
쇼케이스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등 9개 계열사가 참여해 AI 우수 활용 사례들이 계열사 대표들에게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