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사기 사건, 이통사 도의적 책임…대책 논의해야"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왼쪽)이 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을 찾아 신분증 스캐너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 '아이폰X' 사기 사건 현장 점검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동통신사들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5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 있는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을 찾은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최근 8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아이폰X(텐)' 구매 사기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판매점을 관리 감독하고 직원을 교육하는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에 대해 이동통신사들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고 위원은 최근 발생한 휴대전화 사기 판매와 관련해 대응 차원에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그는 대리점에서 이동통신 3사와 유통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판매 과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고 위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단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앞서 휴대전화 판매점 2곳이 '아이폰X' 구매 고객에게 페이백(판매장려금 일부를 고객에게 불법보조금 형태로 돌려주는)을 약속하고 선불로 할부금을 받아 챙겨 달아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에게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반납하면 고가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개통해주겠다고 한 뒤 스마트폰은 주지 않고 단말기 할부금을 그대로 부과하는 피해 사례도 있었다.

이번 사기 사건에는 고객의 신분 증명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아닌 여권이 사용됐다. 불법으로 탈취한 여권 사본을 통해 개통을 진행한 것이다. 모바일 스캐너의 경우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사기 사건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동통신사 판매점 관리 감독 및 직원 교육 등 현황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이날 고 위원은 PC에 연결돼 있는 스캐너는 위조 신분증을 정상적으로 판별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스캐너는 위조 신분증을 정상 신분증으로 인식하는 문제를 확인했다. 그는 "이런 기술적 허점 때문에 휴대전화 판매 사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발생한 휴대전화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약 800명 수준이다. 피해액은 수억 원대로 추정된다. 고 위원은 "여권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과 빨리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 위원은 "이번 사기 사건에서 이동통신사가 책임을 피할 순 없다"고 밝혔다. "대리점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부분이나 대리점 승인 문제, 직원 교육에서 꼼꼼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고 위원은 대리점을 현장 방문한 뒤 이동통신 3사와 이동통신유통협회, 집단 상권연합회, 판매점 협회, 정보통신진흥협회 대표들과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고 위원은 "이번 사기 사건은 워낙 피해자가 많아 방통위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피해자 보상에 대한 부분은 없는 실정이다. 피해 보상 문제는 정부가 법에 근거해 일방적으로 이동통신사에 지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동통신사들과 폭넓게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