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앤김, 경제 타워 바꿨으면 컨트롤 타워 인식도 바뀌어야

[테크홀릭] 새로 임명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자들 앞에서 “경제운용의 사령탑은 경제부총리”라면서 “더 이상 투 탑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위기가 인적 교체만으로 해결이 될지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컨트롤 타워의 경제 인식이 바뀌었다는 근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홍남기 내정자가 원 톱임을 분명히 했지만 김수현 정책실장은 인수위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히 신임하는 인물이고 홍남기 내정자는 공직자의 길을 꾸준히 걸으면서 리더십을 내세울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김수현 정책실장이 정책적 주도권을 행사하고 홍남기 내정자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식의 운용이 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경제를 보는 인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새 경제사령탑이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전 경제팀처럼 투 톱이나 의사결정 문제나 하는 이야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면서도 경제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이 경제팀 조합으로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상항을 소득주도 성장 철학으로 과연 해결해 낼 수 있을까?

이 정부는 경제정책 면에서 이념적으로 경직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을 적으로 여기고 반기업 정서를 꾸준히 표출하고 기업 옥죄기를 계속하는 정책 기조를 그대로 펼쳐 왔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좌편향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므로 여전히 이상주의적 정책 추진이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김수현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그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패키지이며 큰 틀과 방향에 있어 수정할 계획이 없다”면서 자신의 역할 범위를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구상, 미래를 위한 성장과 혁신과제 집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바꾸면 우리 경제가 좋아질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현 우리 경제를 위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우리 경제가 IMF 수준의 경제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고 대답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인은 정치권 이야기를 한 것으로 부연 설명했지만 누가 봐도 경제팀 운용의 의사결정 문제를 지적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경제부총리는 실물 경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청와대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현 정부는 3대 경제정책을 내걸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그러나 이것이 모두 엇박자를 내면서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최고의 국정목표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은 낮 뜨거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속도와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전국 상의회장단 회의에서 “취임 후 39차례나 규제완화를 촉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기업인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규제 정도가 기본권 침해에 이른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 말은 기업 규제가 기업을 옥죄는 심각한 장애물로 다가왔다는 것으로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표출하는 바람에 기업 활동이 부진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들린다. 그는 또 소득주도 성장의 변화도 촉구했다. 분배 문제는 민간의 비용 부담을 늘리기보다 사회안전망 확충 등 직접적인 분배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제기구도 하강 국면 진단, 정부만 위기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하며 기준금리 조정 등 거시정책은 현 수준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DI는 지난 6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6%로 내다보며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모습”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한국금융연구원도 KDI와 마찬가지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2.6%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그동안 나온 수치 중에 가장 낮은 전망이다. 기존 전망치(2.8%)보다 무려 0.3%포인트 낮췄다. 게다가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도 더 낮은 2.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위기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경제 상황을 보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상태에서 사람만 바꾼다고 무엇이 나아질까? 정책 기조도 그대로, 정부 인식도 그대로라면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 아닌가?

김광두 부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의장은 이미 지난 2일 오전 서울에서 안민정책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금·근로시간이 부각되고 사람의 능력을 올리는 투자, 교육이나 직무훈련, 직무전환 능력을 제고하는 투자 등이 부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의장은 “좋은 일자리를 지속해서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정의로운 경제다. 일자리를 파괴하면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면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정책을 수용하는 대상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면 독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위기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한가한 인식 아닌가? 경제팀을 바꾸었으면 컨트롤 타워의 인식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누가 경제정책 기조를 정리해 나갈지 모르지만 경제 인식만은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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