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비대면으로 하는데, 디지털 신사업·인재양성은 아직 부족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자기 회사가 디지털 전환을 대처하는 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전환이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연구개발이나 생산, 마케팅 등 기업 업무 전반에 접목해 운영을 개선하거나 가치를 이끌어내는 제반활동을 뜻한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속기업의 디지털 전환 대응수준을 긍정적으로 평한 이는 39% 정도로 파악됐다.
미흡하다고 답한 이는 61%에 달했다.
부문별로는 비대면회의·온라인보고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수행이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다.
잘한다고 답한 이가 64%, 부족하다고 한 이는 36% 정도였다.

생산·마케팅활동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부문도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더 많았다.
다만 디지털 인재육성이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기회를 모색하려는 노력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59%, 65%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낙후된 제도·사회인프라를 꼽은 이가 35%로 가장 많았다.
법·제도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교육인프라가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의 변화의지가 부족하다(32%)거나 경직된 조직문화(21%), 기술력 부족(10%)을 꼽은 이도 있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우려하는 점으로는 양극화라고 답한 이가 42%로 가장 많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령층 등 세대간의 문제이면서도 업종간, 기업규모간 간극이 커진 점을 꼬집었다.
데이터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일자리 감소·불안, 소통·협업 감소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디지털 신기술이 전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직장인 개개인이 체감하는 일자리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이 평생직장 시대에서 평생직업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이 기업에 바라는 점으로는 일자리 유지가 35%로 가장 많았고 디지털 양극화 해소, 신기업가정신 발휘, 사회와 소통 강화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은 기업과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나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새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