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SK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첫 여성 CEO를 배출했다.
SK 창사 이래 첫 '여성 CEO'란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이다.
안 내정자는 야후·네이버·쿠팡 등을 거친 이커머스 전문가로, 11번가가 최근 성공적으로 론칭한 여러 인기 서비스를 직접 기획했다.

2일 SK그룹에 따르면 11번가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안 CO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안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안 내정자는 지난 22년간 IT 업계에서 활동한 이커머스 전문가다.
2000년 야후코리아에 입사하면서 인터넷 사업 경력을 시작했으며, 2003년 네이버의 서비스기획 팀장, 2011년 쿠팡 PO(Product Owner·상품 오너) 실장, 2016년 LF몰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거쳐 2018년부터 11번가에 입사했다.
11번가가 SK텔레콤으로부터 분리돼 별도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해다.

오늘날 국내 전자상거래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온 이커머스 기획자인 만큼, 11번가의 여러 서비스에도 안 내정자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일례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 협력해 성사한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 후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는 서비스 '꾹꾹' 등이 안 내정자의 진두지휘하에 만들어졌다.
올해 초 COO로 취임한 이후로는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 등 신규 서비스 기획에 참여했다.

특히 슈팅배송은 11번가의 수익 개선을 이끈 핵심 성장동력으로 손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슈팅배송의 거래액은 전 분기 대비 3.9배 증가했으며, 월평균 고객 수는 46%, 인당 구매금액은 1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의 매출액은 1899억원을 기록, 직전 분기 대비 34%(481억원) 늘었다.

CEO로서 안 내정자가 당면한 첫 번째 과제는 11번가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11번가는 2018년 신설법인 설립 과정에서 사모펀드 H&Q 코리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정했다.
따라서 내년 안으로 IPO를 마무리해야 한다.

투자사들이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11번가는 적어도 3조원대의 시가총액을 달성해야 한다.
4년 전 투자 유치 당시 투자사들은 11번가의 장외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변수는 고물가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증시 상황이다.
상장을 앞둔 11번가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게 하 사장의 주요 업무라면, 안 내정자는 이를 뒷받침할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