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협찬한 방송사 캠페인 영상이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SK텔레콤이 협찬한 평창올림픽 응원 영상의 한 장면. /평창올림픽 응원 영상 갈무리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성화봉송을 계기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가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 그 열기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올림픽과 관련된 논란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앰부시(매복)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앞서 올림픽에서 쓰일 통신 시설을 무단으로 훼손해 논란을 빚었던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이번엔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상파 방송사 2곳과 선보인 SK텔레콤의 평창올림픽 응원 캠페인 영상이 불법 앰부시 마케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영상이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침해하고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조직위의 입장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이 올림픽 열기에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올림픽 관련 문구나 이미지 등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방송사 SBS와 함께 응원 캠페인 영상 2편을 선보였다. 영상의 주인공은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다. KBS와도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을 주인공으로 한 응원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모두 협찬사로 참여했다.

문제는 영상에 깔린 메시지와 음악 등이 SK텔레콤 기업을 홍보하는 광고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앰부시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공익적 목적의 방송사 캠페인에 협찬사로 참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성락 기자

영상을 살펴보면, 말미에 SK텔레콤 5세대 이동통신(5G) 캠페인 문구인 '웰컴 투 5G 코리아(Welcome to 5G KOREA)'가 나온다. 특히 '씨유 인 평창(SEE YOU in PyeongChang)'이라는 문구는 SK텔레콤의 광고 캠페인 문구인 '씨유 투모로우(SEE YOU Tomorrow)'를 떠올리게 한다. 배경 음악은 SK텔레콤이 기업 홍보에 사용하고 있는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이다.

조직위는 3편의 영상이 앰부시 마케팅 사례인 것으로 판단했다. 원래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은 특별법에 따라 후원사만이 계약상 부여된 권리 내에서 대회의 로고·명칭·마스코트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통신 부문 공식 후원사는 KT다.

SK텔레콤은 앰부시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공익적 목적의 방송사 캠페인에 협찬사로 참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직위 주장은 지상파 방송사의 올림픽 캠페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오인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캠페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의거해 올림픽 재산 활용 권리를 보유한 지상파 방송사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국민적 관심 고조를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기획한 것일 뿐 SK텔레콤은 협찬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캠페인 영상 송출은 각 방송사가 주관해 시행하고 있어 SK텔레콤의 올림픽 연계 마케팅으로 볼 수 없고, 그러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캠페인 광고에 대해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KT가 평창에 구축한 통신 설비를 훼손했다는 논란으로 곤욕을 겪은 바 있다. /KT 제공

앰부시 마케팅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앞서 '올림픽 통신망 훼손' 논란을 빚은 바 있다. SK텔레콤과 협력사 직원이 지난 10월 31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KT 소유 통신 시설 관로를 훼손하고 광케이블을 연결한 것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KT는 지난달 24일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업무방해죄 및 재물손괴죄로 SK텔레콤을 고소했다.

당시 SK텔레콤은 KT 내부 관로에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에 대해 현장 작업자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또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에 대한 사후 조치를 진행하는 도중에 고소 소식을 접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KT는 광케이블 내관 일부가 잘려져 있는 것 등을 이유로 이번 시설 훼손이 SK텔레콤의 '고의'라고 지적했다.

'올림픽 통신망 훼손' 사건은 현재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