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초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T(카카오택시)'는 2년 9개월여가 지난 현재 택시 호출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성락 기자

너도나도 "'카카오택시' 잡아라"…개선점은 없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출퇴근길에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그럴 때마다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카카오택시). 실내에서 간편하게 택시를 호출한 뒤 곧바로 승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앱 사용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 연말 술자리 이후 택시를 호출했을 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변경하며 여러 차례 시도해도 응답이 없어 시린 손만 비비기 일쑤였다. 술에 취한 상태로 1시간가량 찬바람을 맞다 보니 몸살을 얻기도 했다.

'카카오택시'가 출시된 지 벌써 3년째다. 2015년 초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택시 호출 시장을 서서히 장악한 '카카오택시'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든 상태다. 지난달 30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택시'의 승객 가입자는 1635만명, 대한민국 국민 30%가량이 서비스를 경험했다. '카카오택시'의 일 호출 건수는 150만, 누적 운행 완료는 3억 2000건에 달한다.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문제점도 지적된다. 가입 택시 기사들의 승차거부가 잦다는 고객들의 불만이다. 뚜렷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승차거부 문제가 불거지는 지역에 택시 공급이 늘어나야 고객 불만이 사그라들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탄력 요금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승객 가입자 수는 1635만명, 일 호출 건수는 150만에 달한다.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 화면

◆ 일상이 된 '카카오택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출시 당시 "복잡한 메뉴 선택이나 위치를 설명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며 '편의성'을 앞세웠다. 승객용 앱만 설치하면 카카오 계정으로 연동해 전국 어디에서나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사용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금은 이동하기 전 '카카오택시' 앱을 켜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카카오택시'는 대로에서 '택시를 잡는' 문화를 크게 바꿔놨다. 실제로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택시를 타기 위해 도로로 나가는 사람은 '카카오택시' 사용자의 27.9%에 불과하고 나머지 70%가량은 실내나 골목길, 아파트 단지 등에서 택시를 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대구에서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홍 모(31·여) 씨는 "택시를 요청하면 집 앞까지 오기 때문에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택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출퇴근길에 오직 택시만 탄다고 밝힌 이 모(27·여) 씨는 "택시를 자주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카카오택시'가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기존 콜택시와 달리 '안심 메시지'를 카톡으로 보내거나 일부 불친절한 택시 기사를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윤 모(29·여) 씨는 "목적지 도착하기 전에 다른 호출을 받았다고 택시 기사가 급하게 내리라고 한 적이 있다. 보통은 참아야 하는데, '카카오택시'는 불만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벌점이 누적되는 기사에 대해서는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고 있다. 기사에게 제재가 가해지는 벌점 기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준은 있지만, 그 기준을 몰라야 더 잘 지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승객·택시 기사와의 소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출시 전부터 승객과 택시 기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다 보니, 활용성 높은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는 스마트폰과 앱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택시 기사를 설득하기 위해 현장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카카오택시'의 택시 기사 회원은 24만명이다. 이는 전국에 택시 면허를 가지고 있는 기사 10명 중 9명이 '카카오택시'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카카오택시' 앱에서 승객의 목적지를 따져 단거리는 피하고 장거리 콜만 받는 이른바 '골라 태우기' 행위가 만연하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된다. /이성락 기자

◆ '골라 태우기' 막을 대책 없나

'카카오택시'가 시장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지만, 사용자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부분도 존재한다. 불만은 술자리가 잦은 연말이 되면서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바로 택시 기사들이 승객의 목적지를 따져 단거리는 피하고 장거리 콜만 받는 이른바 '골라 태우기'에 대한 불만이다. 사용자 사이에서는 "'카카오택시'는 정작 가장 필요할 때 무용지물"이라는 원성이 나온다.

직장인 이 모(29·여) 씨는 "신촌에서 택시를 타려는 데 목적지가 가깝다 보니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며 "반면 같은 장소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지인은 택시가 바로 잡히더라. 장거리 또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손님만 선택해서 받으니 굉장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심야 '골라 태우기' 및 '승차거부'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카카오택시'가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승객이 직접 목적지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이 있지만, 반대로 장거리 콜을 선호하는 기사들에게는 승객을 '골라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이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카카오택시'의 알고리즘을 변경, 이달부터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콜 거부가 잦으면 일정 시간 콜 배정을 하지 않는 '냉각기' 제도도 도입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골라 태우기' 및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택시는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사납금 압박이 있다. 금액이 부족하면 기사 개인 주머니에서 채워야 한다"며 "택시 기사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돈 되는 장거리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여러 제도를 도입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승차거부로 접수돼 실제 승차거부 사례로 판명되는 건 10%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오해인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택시가 워낙 안 잡히다 보니,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택시 공급의 부족이다. '기사들의 승차거부가 잦다'고 규정하고 접근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심야 운행 택시가 부족해 고객들이 택시를 잡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온다. 승차거부 등에 대한 단속만 강화한다면 그 단속 지역에 가는 것을 택시 기사들이 더욱 꺼려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골라 태우기'와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 기사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심야에는 택시를 타려는 사람에 비해 택시의 수가 부족해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며 "심야에도 많은 택시 기사들이 운행을 하도록 독려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려 방안으로는 '탄력 요금제'가 거론된다. 연맹 관계자는 "특정 시간대 혹은 특정 지역에서 요금 더 받는 제도가 도입돼야 공급 부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주로 낮에만 영업하는 개인택시 기사도 이익이 있다면 심야 영업에 나설 수 있다. 심야에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택시를 타겠다는 승객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