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지고 많아지는 성소수자 이야기…시청자 의견 들어봤다[SS방송]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퀴어(성소수자)가 주인공 또는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
극중 모습 또한 기존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아닌 평범한 현실적인 캐릭터로 등장 중이다.

tvN 수목극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배우 박지빈이 연기한 인물은 트렌스젠더다.
그는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인물로, 성장 과정 내내 성별 불일치로 힘들어하며 존재만으로 주변인들로부터의 차별적인 시선과 오해를 받는다.

tvN 드라마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 속 두 번째 작품 ‘XX+XY’는 남자이면서 여자인 17살 연오의 이야기다.
연오는 XX, XY 염색체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 남자와 여자 중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결정한다.
연오의 아빠는 게이, 엄마는 무성애자다.
애인도 연오와 같은 동성이다.

이러한 시도는 주로 종합편성채널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흐름이다.
JTBC ‘이태원 클라쓰’(2020)에서는 트렌스젠더 캐릭터가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했다.
JTBC 단막극 ‘안녕 드라큘라’(2020)는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이 초등학교 교사 역으로 등장해 그의 동성 연인 역을 맡은 배우 이청아와의 힘겨운 연애를 이어가며 어머니와도 갈등을 겪는 과정을 그렸다.
tvN 주말극 ‘마인’(2021)은 단막극이 아닌 16부작 드라마 시리즈에서 동성애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배우 김서형이 연기한 완벽해 보이는 재벌가 맏며느리에게는 오랜 동성 연인이 있다는 설정으로 안방극장에 신선하고 큰 울림을 줬다.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직장인 권 모(29)씨는 “세상엔 다양한 얼굴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사회가 지금껏 이를 애써 외면한 것 같다.
이제는 이 다양성이 주목받는 것 같아서 좋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모(25)씨는 “책이나 뉴스로 퀴어프렌들리 문화를 전파하는 데는 한계가 있잖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는 극 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는데 더 이상 소수자를 ‘그들’로만 타자화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해서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을 양성애자라 소개한 취준생 김 모(24)씨는 “예전에도 성소수자의 존재가 방송에서 가시화됐다.
다만 성소수자는 ‘없어야 할 존재’로 표현이 되었잖나”라며 “성소수자가 가시화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려지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레즈비언인 대학생 심 모(23)씨는 “아직까지는 가시화가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해서 많아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해줬음 좋겠다.
퀴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지 않는 방향이면 좋겠고, 행복한 퀴어 이야기도 많이 다뤄줬음 좋겠다”고 당부했다.
공립학교 교사 박 모(31)씨는 “학생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다양성에 대한 열린 태도를 길러주고, 사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있는 좋은 기반이 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반면, 중장년층에게는 아직 적응의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주부 이 모(58)씨는 “그들의 이야기가 안타깝기도 하면서 남의 자식이 그렇다면 그런가보다 수긍을 하는데 내 자식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이야기가 조금 당혹스럽다”라고 말했다.
김 모(62)씨 역시 “성소수자를 비난 할 수는 없지만 흐름이 그쪽으로 가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월 공개된 왓챠의 BL(‘Boys Love’의 약자로, 남자 동성간의 사랑을 의미한다)장르인 ‘시멘틱 에러’가 공개 직후부터 8주 연속 1위를 기록, 현재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시멘틱 에러’ 시청자 직장인 박 모(28)씨는 “여타 드라마에서는 캐릭터가 정형화된 틀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멘틱 에러’의 경우는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캐릭터들이 있어서 좋았다”며 “동성애 서사를 다루면서도 동성애를 이질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다루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랑의 한 형태로 그려낸 점이 와닿았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성소수자에 대해 높아진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는 것일까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선을 그었다.
왓챠 관계자는 “퀴어물을 꼭 만들어야겠다라기 보단 기존의 방송과 다르게 ‘과몰입’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으로 하다보니 ‘시멘틱 에러’가 인기 웹툰이어서 드라마화하게 됐다”며 “‘시멘틱 에러’의 인기 요인은 캠퍼스물이라는 점과 작가, 배우, 감독의 조합 등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고 내부에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BL은 그동안 음지에서 인기있던 장르라서, 마니아층을 확실하게 잡으면 되는 OTT 특성상 잘 먹혔던 거 같다.
특히나 ‘시멘틱 에러’의 경우 마니아층이 워낙 공고해서 드라마가 공개되나마자 팬들이 알아서 굿즈를 만들고 굿즈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고 한다더라”면서도 “BL은 퀴어물의 일종이지만, ‘시멘틱 에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과는 또 다르게 접근해야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수자에 대해 높아진 관심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지만, 퀴어물은 현실, BL은 판타지의 일종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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