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추억을 모조리 소환해 주고 있다.
바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웹툰을 보는 것이 일상화 됐고, 영화나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지며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하나의 장르가 됐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그야말로 만화는 숨어서 보는 것,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몰래 돈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으로서 사치를 하는 것이 바로 만화였다.
예전엔 불량한 학생들이 보는 것이었고 공부를 안 하는 애들이 보는 것이 만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때는 만화를 보는 것이 학생으로서 하면은 절대 안하는 것으로 분류가 됐다.
학교에서 가방 검사를 해서 만화책이라도 나온다면 즉시 선생님이 부모님께 연락해 “현희가 학교에 만화책을 가지고 다닙니다”라고 부모님께 통보가 간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은 우선 순위 예약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힘들게 숨어보던 만화의 대표작은 단연 ‘슬램덩크’였다.
인생 만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우리는 ‘슬램덩크의 시대에 살았다’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내 사춘기를 함께 했기에 당연한 말이다.
그런 추억을 잠시 감춰두며 살다가 30년이 지난 지금 ‘슬램덩크’를 극장에서 다시 만났다.
왜 그렇게 울컥했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때의 추억을 모조리 머릿속에서 마음속으로 전달해 줬는가 보다.
현재(5일 기준) 누적 관객 수가 223만 명 인 것을 보니 ‘그때의 감정을 교류했던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하며 뭔가 찡한 감정도 생긴다.
‘우리가 동시대를 같이 살아갔었구나’라는 생각마저 다시하게 됐다.
난 그 어떤 슬픈 드라마나 감동적인 영화를 봐도 눈물을 흘려 본적이 없다.
일단 내 스스로가 감동의 동요가 그다지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찌질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유독 이 ‘슬램덩크’라는 만화에 나오는 마지막에 서태웅이 강백호에게 패스하는 장면만 보면 눈물이 난다.
도대체 이게 뭔지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이나 보다.
이제는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추억을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돌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누군가는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누군가는 새로운 추억으로 기록이 될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객 모두가 동시에 함께 웃으며 함께 눈물을 보이며 함께 숨죽이며 봤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만화라기보다는 서로의 다른 공간에서의 추억을 펼쳐놓은 ‘슬램덩크’.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잊고 지냈던 내 추억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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