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이 ‘택배기사’로 OTT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택배기사’(조의석 감독)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올해로 배우 생활 28년 차를 맞이한 송승헌의 도전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택배기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전편 공개와 동시에 전세계 시청자가 언제 어디서든 시청이 가능하다.
그간 해온 드라마, 영화 작업과 공개 방식도 전개 속도도 다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송승헌은 “드라마는 대부분 16부작, 영화는 2시간 정도이지 않나. 근데 OTT 시리즈는 6부작, 8부작 정도다.
콘텐츠가 짧지만 속도감이 있고, 임팩트가 있다.
작품의 호흡도 빨라지니 시청자도 전개가 늘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성적도 좋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 따르면 12일 공개된 이 작품은 3일 동안 3511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더불어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엔 주인공 5-8과 대립적 관계를 팽팽히 이어온 안타고니스트, 송승헌의 역할이 컸다.
송승헌은 산소를 무기로 세상을 통제하려는 야욕을 가진 천명그룹의 후계자 류석 역을 맡았다.
“천명이 만든 세상에 난민은 필요 없는 존재들이야”, “더 나은 삶을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는 대사는 류석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들이다.
송승헌은 “류석은 아버지가 구축한 지하 벙커에 모두가 함께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한정된 산소로 노아의 방주를 만들었지만, 현실적으로 난민은 희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류석의 신념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입장에선 최선이라 판단했던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찍으며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송승헌은 “환경 전문가들은 ‘몇 십년 후에는 지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이야기 하는데, 실제로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나. 이번 작품을 촬영하게 되면서 자연을 다룬 다큐도 찾아보게 되더라”며 “전문적인 지식으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 속 세상이 펼쳐지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촬영을 하던 때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그는 “작년초, 코로나가 제일 심할 때였다.
PCR검사를 매일 같이 했다”면서 “그래서인지 더 작품 속 모습이 와닿더라. 이렇게 대면 인터뷰도 오랜만이다.
3년 만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중인데, 모든 것이 참 소중하다”란 생각을 전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캐릭터를 흡수한 덕에 ‘톱스타’라는 수식어로 현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캐릭터 뿐만이 아니다.
인터뷰를 하는 얼굴과 말투, 내용 모든 부분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별처럼 느껴졌던 그인데, 이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옆에서 볼 수 있을 듯한 편안함까지 장착돼 나타났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송승헌의 매력엔 끝이 없다.
송승헌은 “데뷔 때가 정말로 엊그제 같다.
그땐 현장에 가면 또래들이 많았는데 이젠 현장에 가면 후배들을 보며 내 나이가 실감나기도 한다.
‘시간 참 빠르다’라는 말을 점점 느낀다”라며 웃는다.
…
스스로 느끼는 롱런의 이유가 있을까. 송승헌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젓는다.
이어 “일단 너무 감사하다.
사실 이렇게 작품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대중이 출연한 작품을 봐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어릴 때는 생각을 못했다”고 고백한다.
이어 “20대, 30대 때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연기자가 꿈이었던 사람도 아니었고, 우연히 하다보니 운이 좋게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 정신없이 바쁘다보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며 “그런데 영화 ‘인간중독’(2014)이라는 작품 이후부터 편해진 것 같다.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 아닌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고, 멋지게 보이는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실제로 착하고 정의로운 정형화된 캐릭터보다 영화 ‘미쓰와이프’(2015) 속 캐릭터처럼 허당끼 있는 역할을 하니 평가도 더 좋았다.
여러 캐릭터를 만나야겠단 생각이 든다.
류석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현장이 너무 재밌단다.
송승헌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현장에 가는 길이 행복하다.
나이를 먹어야 철이 든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보다.
어릴 때 이렇게 재미를 느끼고 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배우 이야기를 듣지 않았겠나”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여준다.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히든 페이스’에서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OCN 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서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그. 차기작에서 보여줄 그의 다음 도전에 기대가 모인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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