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최승희役
“이 나이에 새로운 역할 연기 감사한 일
배우로서 자신감 얻은 성장 포인트 돼”
“새로운 캐릭터라서 끌렸어요. 28여년 배우 생활이 청순가련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그걸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몇 번 시도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할 수 있었죠.”
1996년 가수 신승훈의 ‘내 방식대로의 사랑’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명세빈(사진)은 이후 ‘순수’ ‘종이학’ 등의 드라마를 통해 청순 여배우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가 유부남과 연애하는 불륜에, 그 남자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낳아서 키운 최승희 역할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JTBC ‘닥터 차정숙’이다.
명세빈은 그런 배역에 끌린 이유에 대해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승희에 대해선 “일차원적인 불륜녀는 아니”라고 말했다.
“김병철 배우(서인호 역)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승희는 외적으로 화려하지만,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었고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에 외로웠을 거예요. 그런 걸 서로 첫사랑이고 병원장 자녀라는 공감대가 있는 인호한테만 말할 수 있었겠죠. 그런 점 때문에 승희는 인호에게 연애 감정만이 아닌 솔메이트(영혼의 동료)적인 감정도 느꼈을 겁니다.
”
드라마는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인기 비결을 묻는 말에 명세빈은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조금 재미있게 풀었고 그런 것들이 잘 어우러졌다”며 “뻔한 것 같지만 코믹으로, 시원하게 푸는 등 예상과 달리 나아가는 전개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내가 남편의 불륜을 먼저 알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이 아는 것을 막는 전개가 대부분이지만, ‘닥터 차정숙’에서는 가족이 먼저 알고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가 알지 못하게 막는 장면이 이런 차별점이라고 언급했다.
명세빈은 드라마가 본인에게 성장 포인트가 됐다고 감사해했다.
“새로운 성격의 배역을 연기했는데, 이런 많은 사랑을 받아서 놀랐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20대 때 기분이 들었어요. 새로운 역할을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자신감도 생겼고 아직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소망도 커졌어요. 명세빈으로서도 성장의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
‘닥터 차정숙’은 어떤 드라마인 것 같냐는 질문에는 “선물을 넘어선 그 어떤 것”이라고 했다.
“저로서는 선물을 넘어서 인생의 반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바라보는 되게 중요한 시점에 새로운 캐릭터로 많은 사람이 ‘잘했다’ ‘재미있게 봤다’고 공감해 주는, 캐릭터로 새로운 지경으로 갈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예전의 명세빈과 또 다른 새로운 명세빈을 만나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거죠.”
차기작을 묻는 말에 명세빈은 넷플릭스 대만 오리지널 시리즈 ‘화등초상’을 언급하며 “각자 여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인물 간 관계가 드러나는데,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있는 사람들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로 그런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화등초상은 1988년 대만 타이베이 중산구 홍등가에 위치한 일본식 주점 ‘히카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로 질투, 슬픔, 우정, 사랑을 헤쳐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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