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첫 드라마… 50년대 배경 시대극
도파민 자극이 절대 명제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삼식이 삼촌’(사진)처럼 진중한 작품을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조국을 일으키겠다며 큰 뜻을 품은 인재들의 도전기는 흥미 면에서 기본 점수를 깔고 간다.
드라마의 배경이 정치 테러와 배곯기가 일상인 1950년대 후반의 한국이라면 더 그렇다.
최근 1∼5화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공들여 만든 선 굵은 시대극이다.
시작부에 ‘실제 사건·인명과 관계없다’고 선을 긋지만, 배경은 이승만 정권 말기를 연상시킨다.
백발이 성성한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을 세 번이나 했잖아. 안 한다고 했다가 또 한다고 하면 손가락질 안 할지”라며 음흉한 체면을 차리고, 집권당은 공무원을 대놓고 선거에 동원한다.
이런 정부에서 미국 유학파 재무부 과장인 김산(변요한)의 정공법이 먹힐 리 없다.
2년째 절박하게 국가재건계획을 보고하지만 부패한 장관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송강호) 사장은 김산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원대한 계획이 있다’며 함께하자 한다.
여기에 대통령보다 더 인기 있는 야당 대선후보, 권력에 눈멀어 물불 안 가리는 귀족 정치인, 정경유착의 본진인 재계의 청우회, 군부와 정치깡패들이 맞물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송강호의 연기다.
데뷔 35년 만에 처음 드라마에 출연하는 그는 권모술수에 능하고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너 피자가 뭔지 알아” 할 때는 푸근하다가도 어둠이 담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낼 때는 이 인물의 진의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올곧음을 대변하는 김산, 열등감과 부정부패에 찌든 강성민 의원의 대립은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다만 드라마 초반에 너무 많은 정보를 풀어놓은 것은 약점이다.
욕심을 덜어내는 편이 나았을 듯하다.
주요 인물의 개성조차 인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대문파, 동대문파, 청우회, 유학생 그룹, 정치인, 군부가 등장하고 이야기는 현재와 미래, 과거를 수없이 오간다.
그만큼 초반 몰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주요 갈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전체상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이야기 흐름을 허겁지겁 따라가게 한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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