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은 왜 양궁을 잘 하나요?”
양궁 여자 단체전 경기가 열리는 레쟁발리드에서 한 프랑스인이 기자에게 물었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에서 역사를 쓴 비결이 궁금한 듯 보였다.
서툰 영어였지만 “실력이 좋다”고 답을 했다.
양궁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뿌듯한 순간이었다.
레쟁발리드는 마치 한국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관중들이 들어오는 길에는 태극기를 든 한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저마다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경기를 보러 온 이유를 묻자 “한국 양궁은 정말 잘해서 보고 싶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림픽에서 양궁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 여자 양궁은 세계 최강의 위치를 4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24년 파리 대회까지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선수들이 역사를 책임졌다.
‘원조 신궁’ 김수녕을 시작으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모두 개인전 우승을 경험, 유일한 ‘양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성현도 있다.
뒤를 이어 기보배가 한국 여자 양궁을 책임졌다.
2020년대에 들어선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도쿄 대회 때는 안산, 강채영, 장민희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는데 파리에선 나서지 못했다.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었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준다는 원칙이 이번에도 통했다.
1985년부터 회장사를 맡은 현대자동차의 남다른 ‘양궁 사랑’은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했다.
경기장이 파리 센강 주변인 점을 고려해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인근에서 바람 적응 훈련을 가졌다.
현대자동차가 모기업인 전북 현대의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들 앞에서는 소음 적응 훈련도 마쳤다.
진천 선수촌에서는 B대표팀과 레쟁발리드 사로를 본뜬 세트를 만들어 자체 스페셜 매치도 두 차례나 치렀다.
현대자동차에서 지원한 감정 없는 로봇 궁사와도 승부를 벌이며 고득점 능력을 갖춰갔다.
한국에서 현지 적응을 마친 선수들은 레쟁발리드가 아닌 인근 알레 아 파리에 마련한 단독 훈련장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이유있는 선택이었다.
오랜 기간 정상을 유지한 한국 여자 양궁의 ‘금빛’ 노하우는 이번에도 통했다.
“실력이 좋다” 한 마디로 여자 양궁 선수들의 성과를 평가하긴 어렵다.
하지만 금메달을 앞두고 가진 슛오프에서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두 눈으로 지켜본 결과 “잘한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한국 여자 양궁은 최고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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