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유도 대표팀의 허미미가 30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아버지의 나라를 택해, 무엇보다 값진 메달을 선물했다.
한국 유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6년 만의 ‘노 골드’ 수모를 겪었다.
2020 도쿄에서는 1976 몬트리올 이후 4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표(은1·동2)를 제출하며 체면을 구겼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맞이한 유도 대표팀의 의지가 한껏 결연해진 까닭이었다.
반드시 필요한 명예회복, 그 중심에 선 허미미가 귀중한 은메달로 한국 유도의 앞길을 밝혔다.
◆씁쓸한 엔딩
 | 한국 유도 대표팀의 허미미가 30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에 반칙패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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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여자 57㎏급 간판이자 세계랭킹 3위의 허미미는 29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펼쳐진 올림픽 토너먼트를 파죽지세로 돌파했다.
32강을 부전승으로 넘고, 16강에서 이스라엘의 팀나 넬슨 레비(10위)를 반칙승으로 꺾었다.
상대전적 3전 전패의 난적, 몽골의 엥흐릴렌 라그바토구(13위)를 마주한 8강은 절반승으로 장식했다.
4강 상대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4위)마저 연장 혈투 끝에 잡아냈다.
대망의 결승전은 우리 시간으로 하루를 건넌 30일에 펼쳐졌다.
상대는 동 체급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였다.
캐나다-일본 혼혈인 데구치는 2019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에 빛나는 최강자다.
허미미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자신감은 충만했다.
지난 5월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1995년 정성숙(61㎏급), 조민선(66㎏급) 이후 29년 만의 대회 우승을 빚을 당시, 결승에서 무찌른 상대가 바로 데구치였기 때문.
그러나 본 경기에 아쉬움이 짙게 깔렸다.
시종일관 공격 태세를 유지했지만, 데구치가 방어에 집중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지루한 공방 속에 연장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여기서 허미미의 마지막 공격을 심판이 위장 공격으로 판단해 석연치 않은 지도 판정을 내렸다.
3개의 지도가 쌓인 허미미는 허무한 반칙패로 고개를 떨궜다.
◆다음이 있기에
 | 한국 유도 대표팀의 허미미(왼쪽 첫 번째)가 30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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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는 한국 유도계에 특별한 존재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유도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한국 선수로 뛰길 바란다고 남긴 유언을 이뤄드리고자 한국 국적을 택했다.
여기에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태극마크를 짊어지자마자 에이스로 우뚝 섰다.
국제대회에서 연신 승전고를 울리며 올림픽 기대감을 키웠다.
2012 런던 대회 남자 81㎏급 금메달의 김재범에 이은 12년 만의 유도 금메달, 나아가 1996 애틀랜타의 66㎏급 조민선 이후 28년 만의 여자유도 금메달을 따낼 적임자로 거론됐다.
찝찝한 판정 속에 은메달에 그쳤지만, 의미는 절대 적지 않다.
2016 리우 48㎏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에 나온 여자유도 메달이다.
이번 대회 유도 첫 메달이기도 하다.
생애 첫 올림픽을 거름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일만 남았다.
겸허하게 패배를 수용한 허미미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 메달을 태극마크를 달고 따서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가올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의 금빛 메치기를 약속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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