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사격대표팀의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
‘총과 활’, 무엇 하나 못 쏘는 게 없다.
태극전사들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펼쳐 놓고 있는 메달 퍼레이드가 심상치 않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와 종합순위 15위 이내를 현실적인 목표로 내걸었지만, 냉랭한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는 뜨거운 활약을 파리에 펼쳐 놓는 중이다.
일정상 국제대회의 출발을 언제나 책임져 왔던 사격의 대역습 그리고 전통의 ‘효자 종목’ 양궁의 변함없는 푸르름이 한데 어우러진 앙상블이었다.
◆여고생의 ‘금빛 총성’
사격 대표팀의 ‘막내’ 반효진이 사고를 쳤다.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중국의 황위팅과 펼친 슛오프 접전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반효진이다.
10.9점 만점으로 60발을 쏴 겨루는 예선에서 무려 634.6점(654점 만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빚어냈다.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2020 도쿄에서 세운 632.9점의 종전 기록을 1.6점 넘어섰다.
 | 사본_한국 사격대표팀의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뜨거운 경기력, 그대로 결선에 닿았다.
앞서 이 종목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황위팅과 호각을 겨뤘다.
결선 진출자 8명이 나란히 10발을 쏘는 첫 스테이지부터 0.7점 차로 황위팅을 쫓더니, 마지막 금·은을 가리는 승부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총합 251.8점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둘은 마지막 슛오프 한 발에 운명을 걸었다.
여기서 반효진이 10.4점을 기록해 10.3점의 황위팅을 단 0.1점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금메달을 빚어냈다.
숱한 기록이 줄을 이었다.
고교생으로 사격 메달리스트가 된 3번째 주인공이 됐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자 공기소총 10m 종목에서 배출됐다.
1992 바르셀로나 금메달에 빛나는 여갑순과 2000 시드니 은메달의 강초현이 모두 고등학교 3학년으로 발자취를 쌓았다.
그 바통을 대구체고 2학년 반효진이 받아낸 셈이다.
사격에만 국한되는 기록이 아니다.
2007년생의 반효진은 경기일 기준 16세10개월18일의 나이로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1988 서울 여자 양궁 단체전의 윤영숙(만17세21일)을 넘어섰다.
한국 역대 100번째 금메달 금자탑도 완성됐다.
2020 도쿄까지 96개의 금메달을 쌓아온 태극전사들은 이번 파리에서 빠르게 속도를 냈다.
오상욱(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오예진(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 그리고 임시현-전훈영-남수현으로 이어지는 여자 양궁 단체전이 정상에 올랐고, 아홉수를 선수단 막내 반효진이 뚫어냈다.
◆태극 궁사들의 ‘아우라’
 |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왼쪽부터)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29일 파리 레젱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고 기념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신궁의 나라’ 한국의 여자 양궁 대표팀이 먼저 빚어둔 업적이 있기에 가능한 반효진의 100번째 금메달이었다.
임시현-전훈영-남수현으로 이어지는 태극 궁사들은 29일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난적’ 중국을 5-4로 물리쳤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 대회부터 파리까지 이어진 10연패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다.
올림픽에서 한 나라가 특정 종목에서 오랫동안 금메달을 독식한 건 드문 일이다.
1984년부터 2021년(2020 도쿄)까지 미국 남자 수영 대표팀의 남자 400m 혼계영 10연패, 1988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여자 다이빙의 스프링보드 9연패 등이 대표적이다.
‘절대 강자’ 한국 양궁이 뒤를 이었다.
단 하나, 실력만으로 선수를 평가한 내부 경쟁의 결과다.
직전 도쿄 대회의 금메달리스트인 안산, 강채영, 장민희 중 파리까지 닿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다.
과거의 영광은 잊고 현재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최전선에 둔 결과다.
대한양궁협회가 추구해온 공정성이 탄탄한 토대가 됐다.
금메달 100개를 넘어선 한국 선수단의 질주는 멈출 생각이 없다.
대회는 이제 단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비관적 전망을 깨고 부활 찬가를 노래하는 태극전사들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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