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일 프랑스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을 꺾은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이 주목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뉴시스 |
조국을 향한, 뜨거운 메달이었다.
100년 만에 프랑스 품으로 돌아온 ‘지구촌 축제’ 2024 파리올림픽이 뜨겁고 치열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단 하나의 국가, 우크라이나만큼은 축제를 오롯이 즐길 수 없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하며 발발된 전쟁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 총 26개 종목에 역대 최소 규모 140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상실과 슬픔에 젖어있을 자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이었다.
간절히 바랐던 성과, 드디어 이뤘다.
주인공은 펜싱 여자 사브르 세계랭킹 6위에 빛나는 올하 하를란이었다.
30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해 한국의 최세빈을 꺾고 조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대역전극이었다.
5-11로 끌려가던 그는 매서운 집중력으로 7연속 득점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뒤집더니, 끝내 15-14로 웃었다.
10점을 얻는 동안 단 3점밖에 내주지 않는 기적 같은 한판이었다.
2008 베이징부터 2016 리우까지 총 4개의 메달(금1·은1·동2)을 빚어냈던 하를란은 자신의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이자 우크라이나가 파리에서 건진 첫 메달을 확정한 후, 우크라이나의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벗고 피스트에 무릎을 꿇었다.
환희와 슬픔이 한 데 섞인 울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 우크라이나 펜싱 대표팀의 올하 하를란이 30일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고 피스트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우크라이나 펜싱 대표팀의 올하 하를란이 30일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고 피스트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금빛보다 찬란할 동메달을 목에 건 하를란은 경기를 마친 후, 현지 취재진을 향해 “이번 메달은 정말 특별하다.
조국을 위한 메달이며,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 오지 못한 선수들과 러시아에 의해 죽은 선수들을 위한 메달”이라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메달이 조국에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역전승을 거뒀던) 마지막 경기를 본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 우크라이나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는 자국 국민들을 향한 뜨거운 메시지까지 덧붙였다.
하를란은 우크라이나가 자랑하는 최고의 검객이다.
지난해 7월 밀라노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의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제압한 후, 상대의 악수를 거부하면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을 감안할 때 아무도 그냥 눈을 감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다.
하지만 규정상 의무로 명시된 악수를 하지 않았기에 실격은 피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세계랭킹 포인트가 부족해지면서 파리 올림픽 출전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올림픽 출전을 보장받았고, 그 덕에 파리에서 뜨거운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 센강 개회식에서 수상 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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