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샘컴퍼니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전,란'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우 박정민이다. 이처럼 매번 다양한 모습과 연기로 대중을 만났던 그가 '채집기'를 선언했다. 동어반복을 하지 않기 위해 배우로서 '채집의 시간'을 거쳐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박정민의 바람이다.

박정민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종려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며 큰 주목을 이끌었다. 신철 작가가 공동 집필로 각본을 완성했으며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에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지난 2일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당당히 선정됐다.

개막작 시사 때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는 박정민은 "내가 찍은 영화가 이런 영화로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촬영 중간 칭얼거렸던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개막작 선정이라는 남다른 의미도 지닌 작품이었다. 이에 박정민은 "처음에 듣고 많이 놀랐다. 완성된 영화를 못 봤던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개막작으로 어울릴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이켰다.

"OTT와 영화를 구분 짓는 건 아니에요. 이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사람들 삶 속에 깊숙히 자리 잡은 플랫폼이잖아요. 때문에 OTT와 영화라는 걸로 우열을 가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전,란'의 경우 상업성이 짙다는 점에서 개막작 선정이 놀라웠어요. 이후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왜 선정한 분들이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소개하고 싶었는지 납득이 됐어요."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강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박정민은 '전,란'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다.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일장춘몽'(2022)으로 인연을 맺은 후 바로 대본을 받았단다. 박정민은 "'일장춘몽' 촬영이 끝나자마자 제작 대표님이랑 감독님이 '전,란'이란 작품이 있는데 대본을 보겠냐고 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며 "'일장춘몽'으로 나의 사극 비주얼을 테스트해 본 것이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도 들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이후 김신록 차승원 진선규 강동원 정성일이 차례로 합류했다. 특히 박정민은 김신록의 캐스팅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범동이 역이 시나리오에서는 원래 남성 역할이었다. 그런데 김신록 선배가 출연한다고 해서 놀라웠다. 이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선배님의 연기에 또 한 번 놀랐다"고 전했다.

"제가 좀 오래 기다린 편이에요. 캐스팅된 후 10개월 정도 기다린 것 같아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마음이 들던 때 강동원 선배님과 이야기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계속 기다리겠다고 했죠.(웃음)"

박정민과 강동원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을 통해 짧게 만난 바 있다. 이에 박정민은 "'천박사' 때 선배님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다. 때마침 선배님과 마주한 날이 있었는데 그때 선배님께서 '내가 캐스팅돼서 싫은 건 아니죠'라고 농담으로 말씀하셨다. 당연히 아니지 않겠나. 언젠가 만나보고 싶었는데 너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강동원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를 구경하게 만드는 동료배우들이 몇 명 있다. 내가 나오지 않더라도 어떤 배우가 연기나 액션을 할 때 넋 놓고 구경하게 되는 배우들이 있는데 동원선배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무엇보다 선배님이 갖고 있는 아우라가 있지 않나. 액션을 하는데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촬영 내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 박정민이 '전,란'에서 호흡을 맞춘 강동원을 언급했다. /샘컴퍼니

극 중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이자 무과 급제 후 선조의 호위를 맡게 되는 종려 역으로 분했다. 천영을 몸종이자 죽마고우로 두며 어린 시절부터 무예를 배우는 등 우정을 쌓는다. 그러나 이후 천영이 자신의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다는 오해를 하고 배신감에 휩싸여 복수를 다짐하며 그를 쫓기도 한다.

무엇부다 어린 시절부터 그려지는 천영과 종려 사이의 브로맨스 '케미'는 작품의 매력 포인트였다. 그러나 사실 대본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단다. 박정민은 "촬영할 때도 각을 잡고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특히 천영이 다시 잡혀 와서 내가 얼굴을 붙잡고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대는 공기가 이상했다. 스태프들도 모두 느낄 정도였다"며 "그럴 때는 오히려 톤을 조절해서 과해석할 수 있는 점은 지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상만 감독은 박정민에게 셰익스피어 속 비극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조언을 건넸다. 이에 박정민은 "정확히는 분노에 싸인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다. 근데 그 말이 더 어려웠다. 실제로 내가 셰익스피어 작품도 연기해 봤기 때문에 오히려 잘 모르겠고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 어느 쪽이냐고요? 로미오에 가깝지 않을까요. 외모 때문은 아니고요.(웃음) 로미오가 조금 더 적극적이잖아요. 줄리엣의 집도 찾아가고 창문을 통해서 올라가기도 하면서. 종려랑 천영의 관계 역시 종려의 적극성이 없었다면 관계가 성립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위해 준비한 액션 등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화려한 액션은 '전,란'의 묘미였다. 특히 종려와 천영, 겐신(정성일 분)의 검술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보는 재미도 있었다. 종려의 경우에는 서양의 기술을 가미한 가로형 검술을 활용했다. 박정민은 "내가 쓴 칼은 양날검인 데다 조금 더 가로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의 모양이었다. 실제로 중세시대 기사들이 쓰던 칼이랑 비슷하게 생겼다"며 "우리나라에 중세시대 검술을 연구하는 협회가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한강 다리 밑에 모여서 중세 갑옷을 입고 연습하는 분들인데 협회장에게도 직접 검술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려의 경우 10년 동안 왕을 호위한 데다 명나라 군대와 함께 수련을 했던 인물이다 보니 그때 또 다른 기술을 들여왔다는 설정이 있었다. 대본에는 종려와 천영이가 다시 만나 싸울 때 천영이 종려의 칼 솜씨를 보고 많이 늘어서 놀라는 장면도 있다. 그때 종려가 '너는 길거리에서 싸우던 놈이지만 난 군대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게임이 되냐'는 대사가 있다. 삭제되긴 했지만 이 장면이 종려의 지난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정민의 액션은 단순히 몸만 잘 써서는 안 됐다. 두 주인공의 서사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감정도 담겨야 했다. 이에 박정민은 "사실 이전까지는 액션팀이 만들어놓는 대로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적인 액션이 중요하다 보니 액션팀에 따로 요청을 많이 했다. 감정 연기를 할 수 있게 동작을 수정하거나 좀 더 울분 섞인 액션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전,란'을 마친 박정민은 당분간 휴식기를 준비 중이다. 사실 그동안 그야말로 장르를 불만하고 '열일'한 박정민이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만 무려 46편이란다. 이에 박정민은 앞서부터 당분간은 쉬겠다는 선언을 꾸준히 해온 바 있다.

휴식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까. 그는 "배우로서 다시 채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동어반복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하다못해 내가 어떨 때 어떤 말을 쓰고 어떤 표정을 쓰고 이런 대사에서 이런 표정을 느끼고 이런 것들이 다시 채집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내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가 있는데 이를 좀 더 키우고 싶다. 특히 내년에 인지도가 높은 작가님하고 작업을 하는데 그분들의 책을 얼렁뚱땅 만들 수 없으니까 극진히 대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채집기를 거쳐야 일을 좀 신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 물론 찍어둔 작품이 많아서 내년에 더 자주 뵐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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