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룹 뉴진스가 2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하니, 민지, 혜인. (공동취재) |
그룹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독자 행보에 나섰다.
소속사 어도어는 ‘계약 유효’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오후 뉴진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앞에 섰다.
“우리가 어도어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계속 남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정신적 고통도 계속될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의무위반 사항 시정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냈고, 시정요구 기간인 14일이 지났지만 시정을 거부했다’는 것이 뉴진스의 입장. 이에 따라 29일 자정이 되는 즉시 전속계약은 해지된다는 주장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 표준 약관에 따르면, 아이돌은 데뷔할 때 7년의 전속계약을 맺는다.
계약 해지 명분이 약하거나 기간이 많이 남았을 경우 위약금이 크다.
2022년 데뷔한 뉴진스는 계약 기간이 5년가량 남았다.
이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전속계약을 위반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있으니 위약금을 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 사항을 위반해 지금의 상황이 일어났다.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고 했다.
사측의 책임이기에 계약해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도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 해도 ‘뉴진스’ 상표권은 어도어에 있다.
이를 두고도 “우리의 본질은 뉴진스이며 이름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추후 진행될 법적인 사안에 관한 물음에도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다.
우리는 자정 부로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홍보 담당자는 “법률적 검토는 아직 논의 중이며 이 자리는 멤버들의 입장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가 기한 내 시정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어도어 측은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이를 성실하게 답변해 기한 내인 11월 28일 이메일 및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회신했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이후 어도어는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했다.
 | | 뉴진스 내용증명에 대한 어도어 측 회신. 뉴진스 측 제공. |
어도어가 보낸 회신에는 ‘어도어는 뉴진스의 연예활동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이 노력이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는 내용과 뉴진스 측이 시정 요구한 8개의 사안, 소통 요청에 관한 해명이 포함되어 있다.
▲모니터링 문서에 하이브가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고 언급한 내용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뉴진스와 비교되는 카테고라이징을 버리고 타 가수도 자기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 ▲하니를 향한 ‘무시해’ 발언은 법률 검토상 명예훼손, 증거인멸 등이 인정되기 어렵운 상황 ▲어도어 내부에 전담 마케팅팀 신설을 검토할 것 ▲‘밀어내기’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향후 홍보를 위한 추가 조치를 약속 ▲돌고래 유괴단 신우석감독과의 분쟁은 회사가 의도한 상황이 아니며, 영상 업로드시 필요한 서면 동의 과정이 없었음 ▲2025년 활동 계획 수립을 마쳤으나 뉴진스 측의 논의 거절 ▲민 전 이사에 프로듀싱 제안했으며 ‘대표 복귀’는 제작이 아닌 경영상의 문제로 불가함 등의 입장을 밝혔다.
어도어 측은 “요구사항 중 일부는 다소 추상적이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하나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며 “직접 대면하여 소통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정 기한이 채 마감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었고, 기자회견을 한 시간 앞둔 시점에 어도어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에 관한 시정 사항이 전달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표준전속계약서에는 상대가 계약 내용을 위반하면 14일간의 유예 기간을 정해 위반사항 시정을 먼저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해지’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계약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어도어가 ‘자사 아티스트’ 뉴진스에 소송을 걸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계약이 해지된다 해도 위약금 소송의 여지는 남아있다.
판사 출신인 새올 법률사무소의 이현곤 변호사는 기자회견 당일 자신의 SNS에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
이렇게(무소송) 되면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해야 하고 뉴진스는 그걸 기다리면 된다, 지금은 뉴진스가 독립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뉴진스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이들은 소속 없이 활동하고 있다.
소속사와의 갈등을 겪을 때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먼저 내는 것이 지금까지 연예계의 일반적인 행보였다면, 뉴진스는 이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뉴진스조차 “이러한 계약해지의 케이스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뉴진스의 파격적인 행보가 향후 가요계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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