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앤 패디먼/이한중 옮김/반비/2만원
몽족 출신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리아는 생후 3개월 만에 발작을 일으켰다.
리아 언니가 문을 꽝 닫았고, 그 소리에 놀란 리아가 경기를 일으켰다고 부모는 믿었다.
문소리에 놀란 혼이 리아 몸을 떠났다는 것이다.
뇌전증이었다.
뇌전증은 몽족에게 신성을 상징했다.
부족 지도자인 ‘샤먼’이 되는 통과의례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 후 몇 달 동안 리아는 스무 번 넘는 발작 증세를 보였다.
부모는 리아가 샤먼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동시에 건강 악화도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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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리아는 크게 발작을 일으켰고, 놀란 부모는 인근에 있는 머세드 국립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발작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통역이 없었고 딱히 증상도 뚜렷하지 않아 의사들은 감기 처방만 내렸다.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의료진은 리아가 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리아는 대발작을 자주 일으켜 생후 8개월부터 네 살 반이 될 때까지 입원만 17번 했다.
진료실을 찾은 건 100번도 넘었다.
의료진은 투약량을 조금씩 늘렸다.
그래도 병은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발달 지연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리아 부모는 화가 났다.
그들은 의사가 리아를 돕는 게 아니라 실험 대상으로 여긴다고 간주했다.
게다가 증상을 차분히 설명해주지도, 부모를 위로해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치료는 고사하고 새로운 병까지 얻게 된 것이다.
리아 부모는 의료진의 투약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를 아동학대로 간주해 아동보호국에 신고했고, 법원은 의료진 요청을 받아들여 부모 양육권을 박탈했다.
‘리아의 나라’는 문화 충돌 속에서 침몰하는 한 몽족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이다.
책에선 몽족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의료진의 모습과 자신의 문화만을 고집하는 리아 부부 모습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저자는 하버드 의대 사회의학부장인 아서 클라인먼의 말을 인용해 말한다.
“이 케이스에선 몽족 환자와 그 가족의 문화가 대단히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의학이라는 문화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문화가 나름의 취미나 정서나 편향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문화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습니까?”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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