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에 처음 만난 캐릭터를 42살이 되어 다시 연기한다.
한 배우가 10년의 세월에 걸쳐 한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 그 어려운 일을 한지상이 해낸다.
그것도 모두가 원하지만 의욕만으로 할 수 없는 유다 역을 말이다.
어떤 업계보다 치열한 경쟁이 매 년, 매 분기 일어나는 뮤지컬계. 한지상은 대체 불가한 매력과 실력으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한지상과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2013년부터 ‘수퍼스타’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3년, 2015년, 2022년 이렇게 함께 하고 있다.
지금 가사 버전은 2013년도가 초연이었다.
하는 입장에서, 저는 이 캐릭터를 사랑하기에 이 작품과 만난 것이 ‘천운이다’라고 느낀다.
22년 말에 이 작품을 다시 하는 건 정말 천운이다.
”
-3∼4옥타브를 훌쩍 넘는 고음이 가득한 넘버를 소화해야 한다.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뻗을 것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던데.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가의 음악은 너무 아름답고 영광스럽다.
그런데 (노래를) 하는 입장에서는 목에서 피맛이 난다.
그게 매력이다.
(웃음) 이 음악과 관련한 연기와 움직임에 있어서도 사실 저 뿐만 아니라 앙상블 배우들에게도 정말 쉽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 작품은 앙상블이 기둥이라고 항상 무대에서 느낀다.
이들이 이 작품의 코어를 굳건히 지탱해주고 있다는 진실을 매번 깨닫는다.
이들은 슈퍼스타의 첫번째 아름다움이다.
”
-그럴만 하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수퍼스타’의 음악은 내가 쓴 곡 중에 가장 어려운 곡”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처음 악보 받았을 때 오선지를 한참 벗어난 음표들이 그려진 넘버들을 받고 어땠나.
“‘음표들이 선에 안 걸쳐있지?’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작곡가님이 22살에 썼는데, 그 어린 청년이 쓴 발칙함이 느껴지더라. 극강의 고음을 썼는데 소리 내기도 어려운 저음을 쓰기도 하는, 하는 입장에서는 목에서 피맛이 나는데 이게 그만의 상상력이자, 22살이라 가능했던 곡 같다.
”
-이렇게 어려운 넘버임에도 기복이 없다.
목은 타고난 것인가.
“캐스팅이 확정 되기 전, 그러니까 1년 반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대비를 했다.
21년도에 공연이 올라간다는 말을 어렴풋이 듣고 저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감만 믿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연습을 위해서 서울 곳곳에 코인 노래방을 다녔다.
마이크에 대한 감을 잊지 않으려고 갔는데 요즘 코인 노래방 퀄리티가 좋다.
20년 전에도 혼자 노래방에 많이 다녔다.
내 보컬 연습의 뿌리는 1인 코인 노래방이었다.
요즘은 더 편하게 다닌다.
하하하.”
-코인 노래방 업계에서 반길 이야기다.
뮤지컬 배우가 연습을 한다니.
“‘고독히 노래방에서 연습하던 중, 프로듀서이신 정회진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것은 나의 노래방 역사와 고독한 유다가 다시 만날 수 있게 한 운명의 연락이었다.
정 대표님 그리고 예술감독이신 설도윤 대표님께 평생 감사하다.
”
-코로나19에 업계도 휘청했다.
활기를 찾은 지금과 주변 분들에게 감사함이 남다르겠다.
“말씀드렸듯이 프로듀서 정회진 대표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예술은 결국 세상과 대면해야 하는 것인데, 그 재회의 포문을 여는 힘겨운 과정을 대표님께서 시작하시고 감내하셨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향하신 그 변치않는 사랑이 배우 입장에서도 너무나 인상적이고 뜨거운 자극이 되었다.
‘수퍼스타’는 컴팩트한 음악의 예술인면서 그 속에 찐 드라마를 찾아내야 한다.
다이아몬드 속에 진주찾기다.
다 보석이라는 소리다.
”
“이번 ‘수퍼스타’만의 진주찾기에서 달라진건 홍승희 연출님과의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달라진 이번 시즌의 무대장치만큼 배우로서 더 찾아내야할 숨은 드라마들에 대해 연출님께 참 많은 질문과 소통을 했고, 그에 따른 배우적인 시도들을 전부 빠지지 않고 지켜봐 주시고 컨펌해주셨다.
연출님의 뜨거운 열정과 한올 한올 함께 다져갔던 디테일의 흔적들에 깊이 감사하고 추억한다.
”
“어렸을 때부터 뵙고 함께 했던 김성수 음악감독님은 사실 마음적으로 큰 형님이다.
이미 배우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와 호흡들을 먼저 알아봐주시고 감독님의 음악적 디테일로 우리 각자의 개성을 열어주신다.
감독님 음악만의 섬세함과 견고함은 꼭 무대에서 실감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희열이다.
영국에 앤드류 웨버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김성수 감독님이 있다.
”
“이번 시즌에서 유독 이 작품을 특별히 사랑하시는 서병구 안무감독님의 남다른 애정을 크게 느꼈다.
선생님의 열정이 고스란히 배우들의 움직임과 시선으로 승화되어 연습실에서부터 우리 작품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주는 자신감과 설레임이 생성된 듯 하다.
”
“또한 존경하는 모든 무대 디자이너님들, 항상 든든한 이수민 무대감독님, 스태프 분들, 연주자분들의 열정과 노고가 값진 하모니를 이루었다.
다시 말해, 이번 시즌의 수퍼스타는 '팀워크'가 ‘다 이루었다.
…!’고 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좋았던 평이 있나.
“‘유다 장인’이라는 말이었다.
10년 전 유다와 저 자신과의 치열했던 사랑이 지독하리만큼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유다로서의 삶이 언제 끝이 날진 모르겠지만, 영화 ‘탑건’의 한 마디를 붙힐 순 있을것 같다.
그 끝이 ‘오늘은 아니다’ 라고(웃음).”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블루스테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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