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에 처음 만난 캐릭터를 42살이 되어 다시 연기한다.
한 배우가 10년의 세월에 걸쳐 한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 그 어려운 일을 한지상이 해낸다.
그것도 모두가 원하지만 의욕만으로 할 수 없는 유다 역을 말이다.
어떤 업계보다 치열한 경쟁이 매 년, 매 분기 일어나는 뮤지컬계. 한지상은 대체 불가한 매력과 실력으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한지상과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작품 속 유다는 예수를 너무 사랑해서 이 사람이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다 결국 사랑하는 방식이 비뚤어져 예수를 배신하는 캐릭터다.
존경, 갈등, 원망, 후회 등 복잡다단한 감정이 연애와 비슷하단 생각도 했다.
“맞다.
13년도부터 확신한 것은 유다는 사랑주의자다.
지저스를 너무나 사랑해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게 ‘아이 돈 노우 하우 투 러브 힘(I Don't Know How To Love Him)’ 리프라이즈 부분이다.
덕분에 이 넘버 앞의 모든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거다.
유다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고 사랑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그 결과가 틀어지는 거다.
진정한 미침이라는건 자기의 사랑이 옳다라고 굳게 믿는 것 아닐까. 오직 지저스의 안위 만을 걱정하고. ‘마리아를 질투하는 거 아니야?’ 이런 오해조차 신경쓰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틀어지고 이 사단이 난거다.
”
-연기 하기 어렵겠다.
“내가 ‘지독하게 사랑에 미쳐보자’라고 했을 때 감정이 나오더라. 그런 걸 진정한 멜로라고 생각하한다.
왜, 멜로 영화를 보면 행복한 장면만큼 인물들이 괴로워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나. 그것이 다 멜로가 아니겠는가. 유다의 드라마는 멜로다.
그 안에 집착과 애증과 파멸이 있다.
”
-10년 전,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보다 지금 더 깊숙한 이해가 가능할 거 같다.
어떤 식으로 발전된 것 같은지
“13년도에는 혈기왕성한 사랑주의자. 15년도에는 화가 많은 집착주의자. 22년은 둘을 옮아가듯 섞은 흐름의 유다다.
어떻게 사랑이 집착으로 가는지에 대한 그래프를 그리는 거 같다.
결국 주안점은 사랑이다.
앵콜송의 애드리브도 ‘사랑해’라고 외친다.
‘진정한 슈퍼스타는 관객이다, 여러분이다.
조금 더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라고 하는 거다.
우린 사랑이 필요하니까.”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 임태경의 매력은 어떻게 다른지.
“이번 시즌 새로운 뭔가를 찾은 케미가 태경이 형이다.
서로 ‘우리 쫀쫀하게 끈적끈적한 케미를 만들어보자’고 소통했다.
아니나 다를까 형과 끈적함을 실현시켜서 기분이 좋았고, 서로 뿌듯해 하면서 안아줬던 그런 순간이 있다.
마음을 건드리는 형의 처연함이 매번 좋았다.
그윽하게 저를 바라보고 저를 받아줬을 때 그 케미를 잊지 못한다.
”
“마이클과는 이전에도 호흡을 맞춰본 안정적인 케미지만 더 디테일해졌다.
저의 사랑과 그 사랑을 컨트롤하고 거부 해주는 것에 있어서 더 디테일하게 합이 맞춰졌다.
서로 더 파고들었고, 더 스며들었다.
감히 이 단어를 떠올려본다.
예술에서 ‘똘레랑스’, 다름은 너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다름’을 인정할 때 소통과 팀워크의 근본이 된다.
”
-이제 또 한 시즌을 마무리 하고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
소감은?
“많은 성원에 감사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수퍼스타’를 좋아해주심을 느낀다.
전국에 계신 분들, 어느 곳에 계시든 모두가 보러 오시면 좋겠다.
결국에 이것은 인간에 대한 고찰이다.
신으로 시작하여 ‘인간’ 탐구로 귀결된다.
그래서 재밌게 볼 수 있다.
”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 최성준 경위로 드라마 팬들과 만났다.
“공연 초반까지 드라마 촬영을 했다.
더울 때부터 11월 중순까지 달려서 끝이 났다.
사실 두 장르를 같이 하는 건 쉽지 않다.
항상 느낀다.
신체 내부적인 호흡의 포지션이 너무 달라서 그렇다.
두 장르를 함께 하는 이런 부분에 연기자 선배님들과 재밌는 소통을 했다.
사실 이런 장르의 차이는 배우가 풀어야할 미션이다.
푸는 과정이 행복하다.
”
-2023년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
어떤 부분은 의연해지고 어떤 부분은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을 받는다.
이번 작품을 하며 고마운 것이, 자신에 대한 믿음, 함께한 이들과의 믿음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배우는 기회를 얻지 못하면 면접이건 오디션이건 출연하지 못한다.
이 작품을 만날 기회,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할 기회, 이 관객분들과 만날 기회, 유다와 다시 포옹할 수 있는 기회, 연기할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들이 감사했다.
”
“‘수퍼스타’를 통해서 단단해진 느낌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이 됐는데, 연기라는 행위를 앞으로 20년을 더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체력과 마음관리를 하겠다.
길게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
”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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